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의 속도 Sep 06. 2018

재즈는 언어이며 운동이다.

키보드로 음악의 기초 쌓기

일주일에 한 번 꾸준히 재즈피아노 레슨을 듣는 중이다. 클리셰=패턴. 화성/텐션/리듬=기본 문법. 일단은 손에 익히고 익혔으면 이해해보 새로운 음악을 접하면 구조부터 파악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니 이게 왜 이렇게 진행되지? <-이해 안 되면 구현 못함. 익숙해졌다 싶으면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내뱉는다. 전형적인 언어 학습의 과정. 속도도 더딘 것이 1년이 훌쩍 지나서야 걸음마를 뗀 수준이 되었다. 셔플, 보사노바 같은 라틴 리듬 패턴과 2-5-1 같은 진행에 익숙해졌다. 아직 한 번에 짚으려면 버벅거리지만 적어도 맘이 조급해서 박자가 빨라진다든지 다음에 뭘 짚을지 모르겠어서 어버버 거리는 게 확 줄어들었다. 실력도 어쩜 계단식 향상.

몸을 써서 구현하는 건 다 똑같은 거 같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그걸 몸으로 표현하는 건 너무 다른 이야기. 넷째, 새끼손가락 힘이 약해서 박자를 자꾸 절길래 그 부분 반복 연습하다가는 아니 이건 운동이잖아 싶었다. 안 쓰던 근육을 쓰는 동작을 몸에 각인하기. 안 들리던 화성을 귀로 익히기. 아 참, 잘못된 동작으로 손가락을 익혀서도 안된다. 이미 잘못된 방법으로 손에 베기 때문. 저는 연습을 열심히 안하는데요?잠깐 한 두번 쳐보는 거 그게 다 연습이라구. 걍 막 되는대로 뚜드리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한 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동작으로 갈 길을 다 숙지한 다음에 차분한 마음으로.

Photo by Tadas Mikuckis on Unsplash

레슨에 별다른 교재는 없었고 그때그때 진도가 달랐다. 처음에는 기본 화성(3화음)과 전위를 익히고 진행이 쉬운 가요를 위주로 연습했다. 음악을 뜯어 듣고 감동하는 게 오랜만이라 그저 신나더라. 선생님은 나더러 절대음감이 아니니 리듬 위주로 들어보랬다. 이제껏 저건 무슨 코드지, 못 따고 쉽게 좌절했는데 코드 부담이 덜어지니 재밌었다. 3달이 지나고서는 코드 진행만 쓰여있으면 "이루마 악보"처럼 왼손, 오른손 다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지 않고도. 그때까지는 최대한 잘 따진 악보를 구한 다음 변형했었다. 그 이후로의 수업은 아래와 같이 진행되었다.

화성
2-5-1(major->minor)
텐션(9,11,13)


리듬
Funk(패턴 악보로 뽑아서 익히기)
Latin(보사노바, 살사)
Shuffle
그러니까 이런 거
솔로(improvisation)
스케일에 맞는 음을 가지고 몇 마디라도 연주(8 또는 16마디)


실습
하고 싶은 곡을 꼽고 코드를 따고 분석
화성->리듬->솔로 순서로 구체화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땐 자습.

어차피 연주는 이론대로 가지 않기 때문에 못 알아듣는다고 좌절하지 말고 가볍게 보자. 이론 생각하면서 짚으려면 더 안쳐진다고 선생님이 그랬다...

구글링 하면 버클리에서 쓰는 교재... 같은 걸 구할 수 있으나 잘 안 보게 됨.
유튜브를 찾아봅시다. 뭔 말인지 모르겠더라도 일단 틀어놓자.

요즘 세상에서는 backing track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속도 조절도 되니 연습 자료가 없어서 연습 못한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러고도 여력이 되면 좋아하던 가요 구성을 뜯어본다. 역시 코드에 7.9.6가 쓰인다거나 sus4 같은 좋아하는 화성을 쓴다거나. 갓 토이 갓 윤종신이랄까.. 12 음계 따라서 전조를 해보면 실력이 확 는다고 하지만 아직도 다 해본 적이 없다. 그냥 익숙해지면 악보 없이 기본 진행의 노래들을 연주해보자. 가령 이런 것들. 해보다가 안 되는 화성만 떼서 연습해보고. 그 외엔 솔로, 리듬에 variation 주는 것(특히 엇박)이 약한데 이건 뭐 하루 이틀에 될 건 아니니 계속해야지 모...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스스로 구현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갖춰진 아름다움을 찾아다니거나 발견하기에 너무 지쳤을 때 마음을 다잡고 "울지 마 나는 아름다운 화성을 만들어낼 수 있어"라고 생각하며 피아노 앞에 앉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의 음악 #0 작...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