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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속도 Sep 07. 2018

취향의 노래 발견

확장하는 화성이 귀에 꽂히는 만듦새가 좋은 음악

재즈는 언어이며 운동이다의 부록 편

연습을 하려면 마땅한 연습곡을 찾아야 된다. 따든지, 코드를 찾아보든지, song book을 찾고 구매하든지 하여간 찾는 게 먼저다. 일단 하고 싶은 곡이 많아지면, 다음 레슨 때 하고 싶은 노래를 꼽고 해낼(!) 생각에 신이 남. 재즈를 배우고 있으니 재즈 스탠더드를 알고 싶다? 리얼북으로 검색해보자.

가요는 안되나? 왜 안돼. 초심자에게 좋은 화성과 진행이 아름다워 일단 화성만 제대로 쳐도 오~할 수 있는 곡들이 꽤 있다. 레퍼토리로 짜려면 이 중 중 널리 아는 노래를 해야 갑뿐싸되지 않습니다. Isn't she lovely 같은. 그 외에 stevie wonder 메들리로 <lately>, <for your love> <isn't she lovely>,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just two of us> earth and the fire로 <after the love has gone> <just once>등이 있다.
레슨의 숨은 장점은 선생님은 전문가니 좀만 얘기하다 보면 내 취향을 간파당한다는 건데어느 날 이적의 비포 선라이즈를 선생님한테 들려드렸더니 '90년대(이전) 사운드를 좋아하네. 키보드 소리 봐봐 90년대네' 라고...  어디가???? 하긴 내가 좋아하는 토이 최신 앨범도 복고 사운드 구현하려고 힘썼다고 했는데....

어느 날은 요즘 시티팝을 즐겨 듣는다고 들려드렸더니 '확장하는 화성 좋아하네 4도 화성 같은 거'. 이런 것도 한번 들어보라고 던져주신다.

오오!! 그래 이런거!!

매일매일 레파토리쌓인다. 그렇다면 이제 할 것은 구글링! 조금만 검색해봐도 리스트도 뜨고 매거진도 보일 것이다. 집요하게 파다 보면 키워드를 더 건질 수 있다. 레이블이나(Motown) 작곡가 같은(David Foster). 발견한 음악을 듣고 키워드를 조정해가며 취향을 쌓아나가면 된다.

David Foster의 음악

사실 이 모든 여정은 요즘 내가 꽂힌 '시티팝'에서부터였는데... 올 초쯤부터 박다함 씨 계정이나 양평이 형 인스타 계정 팔로우하면서 닥치는 대로 보고 들었다. 7,80년대 일본 도시적인 분위기의 팝. 이게 장르야 뭐야? 더 파봤다. 마치 10여 년 전에 시부야케이를 팠던 것처럼. 시티팝은 애초가 장르가 아니라 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다공통적인 점은 버블경제 시기의 쓸쓸한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들리는 건 7화음을 엇박자로 쓴 신디 사운드, 2-5-1의 매끄러운 진행, 브라스의 쓰임. 더 자세히는 전문 리뷰를 검색해보도록 하자. 7,80년대 일본은 경제적으로 하도 풍족하여 뉴욕 가서 마스터링 할 정도였다고. 듣다 보면 아 이거 치밀하게 쌓아 올려야 되겠는데? 싶다. 자본도 마음도 풍족하지 않으면 완성할 수 없는 퀄리티. 그야말로 '만듦새가 좋은'음악. 잘 짜인 진행. 

버블성장기. 아마도 이런 갬성 Photo by Jezael Melgoza on Unsplash

그러니 재즈를 배우다가 시티팝으로 빠지는 건 당연한 것이 재즈적 요소가 많이 녹아있고 나의 최애 4도 화성이 많이 나오고... 그래서 찾은 요즘의 연습곡은 이것. AOR로 분류된다.

로큰롤/포크/컨트리 록에 기반을 둔 웨스트코스트 록(이글스, 두비 브러더즈, 린다 론스타트, 닐 영 등)부터 소프트 록(토토, 에어 서플라이, 크리스토퍼 크로스, 보즈 스캑스, 마이클 맥도널드), 펑크 혹은 디스코 및 R&B (어쓰 윈드 앤 파이어, 쿨 앤 더 갱,  애버리지 화이트 밴드), 퓨전 재즈(데이브 그루신, 리 릿나워, 마이클 프랭스, 알 재로, 스틸리 댄) 등 적당한 비트 및 부드러운 멜로디, 그리고 세련된 코드 진행이 어우러진 가볍게 듣기 편한 음악들을 폭넓게 AOR로 분류한다.

시티팝과 AOR 관계도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보자.

들어도 보고.

시티팝이 꽤나 올해의 키워드였던 게(그러니까 나도 들었겠지만) 심지어 프로젝트고 생기고

그런가 하면 시티팝은 일본에서도 다시 부흥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세대가 반세기 전의 시티 팝에 주목하고 있는 현상엔, 어느 세대에나 공통적인 상실감이 자리 잡고 있다. 단지 이전의 그것이 갑작스러운 도시화로 인한 사치스러운 허무함이었다면, 지금은 그 풍요엔 실체가 없음을 깨달으며 생겨난 절망이라는 점이 다를 뿐.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파악하고 그 요소를 잘 쓰는 음악을 발견하는 건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매년 여름엔 돌아돌아 시티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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