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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un Apr 15. 2019

08. 젤리 곰

너를 확인, 알리다.




젤리 곰, 심장소리




임신 8주 차 3일째가 되는 날, 산부인과를 다시 방문했다. 2주 지나서 재 내원한 산부인과는 여전히 새롭기만 했다. 병원을 방문하기 전까지 가끔 느껴지는 아랫배 통증에 걱정이 돼 인터넷 글을 검색하며 오늘의 초음파를 예상했었다. 지난 초음파에서는 아기집과 난황밖에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젤리 곰의 형태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대가 되었다.


아직 극초기라서 질초음파로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기로 하고 침대에 누워 준비한다. 오늘은 다행히 남편도 뒤따라 들어와 함께 초음파를 보기 위해 대기했다.








곧이어 의사가 들어와 초음파를 확인하면 아기집에 2주 사이에 자란 태아가 '하리*'젤리의 곰 모양으로 형태를 보인다. 이전에 텅 비어 보이던 아기집에 젤리 곰 모양으로 자신의 존재를 보이는 아기가 신기하기만 했다.


가운데 심장이 뛰는 것이 보이면서 심장소리가 들려오는데, 감동적이라 살짝 눈물이 날뻔했다. 빠르면 임신 6주 차에도 심장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데 나는 이번 초음파에서 처음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듣는 태아의 심장소리는 말발굽 소리처럼 들려왔다. '쿠슈 쿠슈~'이런 식으로 들려오는 심장소리는 181회 뛰는 것을 확인했다. 아기는 성인과 다르게 심장이 빨리 뛰어서 이 정도 빠르기는 정상이라고 괜찮다며 의사가 설명을 했다.


초음파를 확인하며 나의 자궁이나 난소 상태를 확인하며 어느 쪽 난소에서 배란이 되어 임신이 되었는지까지 알려줬다. 다행히 내 여성기관에 혹이나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하며 아기집이 자리를 잘 잡았다고 했다.


초음파를 확인하고 나와서 의자에 앉아 의사가 임신 사우나(목욕탕)를 가는 것과 먹는 것에도 조심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약간의 복통은 괜찮지만 심한 통증이나 출혈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라고 했다. 두통은 있을 수 있으며 너무 심하면 약 1~2알 정도는 복용해도 되니 스트레스받으면서까지 참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복용 중인 엽산의 용량을 확인하고 600㎍이상 권장하고 있으니 하루 2알 정도 먹을 것을 권했다. 나는 준비 중 솔가 엽산(400㎍)을 복용하다가 보건소에서 지원해준 엽산을 복용했다. 보건소에서 준 엽산은 1알에 400㎍이여서 2알을 먹어도 무방하다고 의사가 설명했다.


임신 중 증상에 관해 확인하는데 입덧이 심할 경우 입덧 약을 처방해준다는 말을 건네 왔다. 입덧 약은 비타민으로 구성되어있고 엄마와 아이에게 안전하다며 힘들면 약을 먹어도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병원을 다시 방문하겠다고 말을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입덧 약이 아이에게 악영향은 없을 것을 알지만 약 자체가 비싼 데다가 먹으면 계속 먹어야 할 것 같아 우선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설명을 듣고 나와 '세이베베'라는 어플을 통해 초음파 영상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초음파 영상을 저장한 세이베베 아이디를 지급받고 나와 어플에 등록하면 휴대폰으로 나뿐 아니라 보호자도 확인이 가능해서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너를 알리다.




심장소리를 듣고 병원을 나서며 가족들에게는 일찍 임신소식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임신 극 초기에는 임신임을 알리는 것조차 고민이 많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에 검색하며 임신을 알리는 시기를 확인했다. 알리는 시기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다른데 나는 가족들에게만 일찍 알리기로 했다. 6주 차 아기집과 난황을 확인했을 때는 너무 극초기라 유산 등의 문제로 걱정이 돼서 심장소리를 듣고 아기의 존재가 명확해지는 지금이 알리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임신 안정기를 12주, 16주 차로 나뉘는데 안정기가 지나면 유산의 위험이 극초기에 비해 크게 줄기 때문에 이때 알리는 사람들도 많다.



산부인과를 나오면서 친정댁에 연락을 해 임신소식을 알렸다. 성별을 물어오기에 임신 초기라 아직은 알 수 없다고 하니 임신을 너무 축하한다며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몸조심하고 곧 입덧이 많이 힘들지 않은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임신이 늦어질 때마다 시댁에 죄송하다며 아버지는 늘 나에게 시댁에 잘하라고 했다. 남편의 나이가 많아 임신이 늦어질 때마다 걱정이 되었다는 말에 내 마음은 쓰려왔다. 임신은 나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하는 것인데, 왜 딸의 부모는 임신이 늦어지는 것으로 미안함을 내비칠 때마다 내 속은 쓰렸다.


이후 시댁에 연락을 해 임신 소식을 알렸다. 임신을 너무 축하한다며 좋아하셨고 역시나 성별을 물어보시기에 아직 알 수 없다고 대답했다. 시아버지는 축하한다며 먹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물어보셨다. 입덧 중이라 아직은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시어머니는 아들, 딸 상관없으니 몸조리 잘하라고 말하시면서 아직 초기이니 입을 가볍게 해 여기저기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연락을 마치고 남편에게 서운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임신 소식을 알리는 연락인 만큼 축하 인사만 받을 줄 알았던 연락에 입을 가볍게  의 이야기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가장 걱정과 고민이 많고 아기를 위하고자 하는 사람은 엄마인 '나'이며,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해주고 싶은 것 또한 부모인 '우리'이다.



누군가의 임신 소식에 묻고 싶은 것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축하할 일에는 축하 인사 외 나머지 궁금증은 잠시 접어뒀으면 한다. 혼전임신인가, 임신을 하자마자 모유수유와 자연분만을 할 것인가에 대한 여부 등 다양한 궁금증은 부모인 우리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당신이 만약 누군가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면 그저 축하인사를 전해라. 상처를 줄 수 있는 궁금증은 부모가 된 그들이 허락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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