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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sun Jan 02. 2020

3. 모유 혹은 분유(2)

정답




모유, 분유




나는 모유, 분유뿐 아니라 혼합수유까지 다양하게 했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은 대부분 혼합수유를 한다. 출산 후 모유량이 크게 늘지 않은 데다가 아기의 빠는 힘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완전히 모유로만 수유를 하기는 어렵다. 조리원에서는 대체적으로 유축 수유와 직접 수유를 함께하면서 분유 수유를 한다. 유축 수유를 시행할 땐 유축기의 세기를 절대 강하게 해서는 안된다. 세기를 강하게 하면 모유량이 늘어나지만 대신 사출이 생겨 아기가 수유를 할 때 어려움이 있다. 

조리원을 나와서도 혼합수유를 유지했다. 혼합수유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밤에 잘 자도록 수유 텀이 길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신생아 시기(생후 30일까지)가 지나가면서 아기는 분유의 수유 텀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분유만 먹으면 게워냈다. 혹시나 분유가 아기에게 안 맞을까 봐 조리원에서부터 먹던 것을 먹였는데 갑자기 아기가 못 먹는 것인지 조리원에서부터 먹기 힘들었는지 2주 내내 분유만 먹으면 게워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모유만 먹이는 것을 선택했다. 먹이던 분유와 젖병들은 정리하고 직접 수유를 시작했다. 직수를 시작하자마자 다행히 게워내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직수를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뒤돌아서면 수유를 하는 기분이었다. 수유 텀도 잘 안 잡히고 먹는 양을 확인이 안 되니 아기가 배고파하면 젖을 물리는 방법밖에 알 수 없었다. 모유는 포만감이 분유에 비해 적은 데다가 수유시간이 길어 먹이고 트림까지 시키고 나면 거의 30분이 훌쩍 넘어간다. 처음에 수유 텀이 안 잡힐 때는 약 2시간 내외로 수유하다 보니 점점 지쳐갔다. 생후 3개월쯤 돼서야 수유 텀이 대략 3시간으로 잡혀서 그나마 살만했다.






이유식을 넘어가기 전 모유를 끊고 분유 수유를 하기 위해 인터넷에 수없이 검색했다.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사람이 있나 하면 당연히 결국 계속해서 모유수유를 하는 사람도 있다. 분유를 거부하냐 젖병을 거부하냐 등에 따라 아기의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수유 방법을 바꿀 때는 많은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나는 모유수유에서 분유 수유로 넘어가려고 약 일주일 전부터 젖병에 쌀을 담아 딸랑이로 만들어 놀아줬다. 젖병 거부하는 젖병을 놀이로 사용하면 거부감이 줄어든다. 그리고 4개월 넘어가면서 분유 수유로 넘어갔는데 완전히 분유만 먹이기까지는 10일이 걸렸다. 처음 2일 동안은 하루 1회씩 보충하듯이 적은 용량만 먹였고 그 이후는 점차 분유량과 횟수를 늘렸다. 혹시나 분유 거부하는 경우 분유를 여러 가지로 준비해 먹여보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분유 말고 샘플을 신청하거나 구매하는 것이 금액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다행히 분유를 먹고 게워내지는 않았지만 젖병을 입에 물려줘도 안 먹고 버티는 경우가 많았다. 7일이 넘어가면서 이러다가는 영원히 모유 수유할 것 같아서 결국 몇 번씩 굶기다가 수유 텀이 조금 지나서야 보충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엄마가 분유 수유를 주면 모유 냄새가 나서 안 먹는 걸까 봐 아빠가 먹였더니 오히려 더 안 먹어서 나의 경우 내가 수유를 꾸준히 했다. 


굶기는 것은 마지막 선택 중 하나이다. 처음부터 굶겨서 분유 수유로 바꿀 수 있겠지만 아기와 엄마가 힘들기 때문에 최후의 선택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답은 없다.




모유 수유를 하면서 주변에서는 "손탄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모유 수유를 하다 보면 엄마한테 많이 안겨있고 결국 손타면 아기가 예민해져서 엄마만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분유 수유를 하면서 주변에서는 "애엄마가 모유도 안 먹이냐?"라는 말을 많이 했다. 모유도 안 먹이는 모성애가 없는 엄마라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과연 모유, 분유에 대해 정답이 있을까?



나의 생각에는 '답은 없다.' 그저 엄마가 자신의 아기를 위한 선택이 답일 뿐이다. 누구의 말이 맞는가를 생각하며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다른 누구보다 엄마가 아기를 위해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선택하는 것이고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선택을 했다. 수유를 하면서 후회는 했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결국 이러한 선택을 할 것이다. 


모유, 분유의 장단점을 생각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좋다. 수유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육아에 있어서 수많은 선택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이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어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난 모유 수유를 할 때도, 분유 수유를 할 때도 충고 아닌 충고로 인해 힘들었는데 결국 내가 힘들면 아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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