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시작
예비부모들은 임신을 준비하면서부터 부모가 될 준비를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이 부모는 처음일 것이다. 누구나 처음은 당황하고 힘든 고비들이 매 순간 찾아온다.
하나의 생명과 함께하는 처음이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투성이다. 나에게 육아는 매 순간들이 고비였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육아를 시작하던 처음, 솔직히 이 정도면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조리원에서 밤 11시까지 수유하고 새벽에도 2번 일어나 유축을 했어서 그냥 조리원의 연장이라고만 여겼다.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하루가 일주일, 일주일이 한 달이 다 되어갈 때쯤 나는 지쳤다. 조리원에서는 밥과 청소를 해주지만 집에서는 가족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혼자서 해내야 한다. 만약 주변에 육아를 도와줄 가족이 있다면 육아가 편해질 테지만 모유수유를 하는 데다가 독박 육아를 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힘들 것이다.
나는 독박 육아를 했다. 모유수유를 하다 보니 낮밤 할 것 없이 아기를 안고 있어야 했다. 통잠은커녕 새벽에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깨어나고 낮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아기에 맞춰 눈을 떠 있어야 했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임신 중에 늘어난 수면시간이 아기에 맞춰 짧은 시간에 틈틈이 자는 것은 순식간에 지치게 만든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육아에 있어서는 너무 먼 미래를 바라보고 있어야 할 말인 것 같았다. 지인들은 다들 "그때가 좋은 거야."라고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 난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힘든데 더?
이해도 안됐고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임을 깨달았다. 마치 수련의 계단이 있다면 하나를 올라서면 또 다른 수련장이 나오는 기분이었다. 조리원에서 나와 3~4일 정도는 먹고 자기를 반복하던 아기는 어느새부턴가 눈을 떠 칭얼거리는 시간이 늘었다. 눈을 떠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기를 내려두고 무언가를 할 시간이 없어졌다.
아기가 울 때마다 수유를 하거나 기저귀를 확인하고 나면 안아주는 방법밖에 알지 못했다.
그것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햇님이는 울기만을 반복하는 인형 같았다. 자신의 의견을 내뱉기가 울음소리밖에 없는 아기는 결국 울음만 반복하는데 나는 그 덕에 더욱 지쳤다.
임신 전에는 아기를 돌보는 데 있어서 나의 체력이 다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기의 반복되는 울음소리에 잠을 잘 자지도 못한 상태에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나에게 마치 이곳이 지옥이라고 느껴졌다.
수면은 쪽잠으로 아기가 자는 시간에 맞춰야 했고 그저 김에 밥만 먹는 걸로도 감사해야 했다. 화장실은 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물을 마시는 시간조차 아깝게 느껴졌다.
처음이라
모든 부모들은 '부모가 처음이다.' 누구나 처음을 능숙하게 해결하지 못한다. 육아에 하나의 답을 정해놓을 수 없다. 생각보다 많은 어른들은 자신의 육아 경험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아기의 성향이나 육아자의 성향에 따라 알맞은 육아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는 다들 자신의 경험을 강요한다.
육아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것은 육아 자이다. 처음이라고 해서 능숙하지 못할 뿐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이기에 능숙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아기와 함께 조금씩 맞춰 나아가면 된다. 처음부터 정답을 맞힌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아기에게 맞춰 변화하면 된다.
나는 육아의 경험을 듣기만 했지 모든 것을 따라한 적은 없다. 출산 전 읽었던 책들과 육아를 하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하며 방법을 찾지만 모두 다른 답을 제시한다. 육아를 하면서 명심할 것은 누군가의 답에 의존하고 맹신하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답안지 중에 육아의 방식을 정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