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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해뜻 Mar 19. 2021

정현이에게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너에게




    나는 자주 그런 생각을 해.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인데, 세상에 확신할 수 있는 일들이 몇 개나 있겠냐고. 그래서 그럴까? 나는 늘 내게 확신이 없어. 내 미래, 내 선택에 대한 100%의 확신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 씩씩한 척 앞으로 나서는 동안에도 항상 마음 한편에는 '이게 맞나?', '내가 될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남아있어. 심지어 내 감정과 생각에도 확신이 없어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꼭 '~한 것 같아'라는 표현을 써. 그게 나쁜 버릇이라는 걸 아는 데도 말이야.


    오늘은. 그런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없는 확신들 중 하나를 설명해볼까 해. 너는 나를 오래 봐왔으니까 여기서부터 내가 하려는 말을 눈치채지 않았을까? 맞아, 정현아. 나는 이제부터, 너에 대해 가지는 확신을 이야기할 거야. 아주 견고하고 튼튼한 내 믿음에 대해.


    반짝이는 스물의 봄에 만난 우리는, 여러 계절을 거치고 거쳐, 또 여러 만남을 거듭하고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지. 인생 전체를 걸고 보았을 때, 또 앞으로 함께 할 시간들을 생각해보았을 때, 우리가 지금까지 보낸 5년이란 세월은 턱없이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근데 나는 그 5년이란 시간이 너에 대한 확신을 갖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 아니, 사실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이어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을 거라고 확신해.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얼마나 단단하고 또 맑은 사람인지에 대해.


    아마 그래서일 거야. 어제 네가 갑작스러운 출근 소식을 알렸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던 이유는. 전에 잠깐 일했던 회사로부터 연락이 와 바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고 말을 하는데, '갑자기?'라는 생각보다 '역시'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 있지? 좀 우습지만, 나는 뿌듯함까지 느꼈어. 그 소식이 어쩐지 내가 너에게 가졌던 오랜 확신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거든. 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거야. 네가 가진 가치, 너의 필요를.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너는 무엇을 해도 잘 될 사람이라고 확신했어. 입바른 소리라거나, 빈말처럼 느껴질까 덧붙이는데, 이건 정말 솔직한 내 마음이야. 순도 100%의 진심! 그러니까 꼭 알아줘야 해. 지금 내 말은 너에게 어떻게 전해줄까 고민 고민하다가 겨우 적어내리는, 아주 진실된 마음이라는 것을.


    너는 돼. 무조건 돼. 어떤 방식으로든, 네가 원하는 삶을 살게 돼. 그게 내가 너에게 가지는 확신이고, 불변의 믿음이고, 내가 가진 자랑거리 중 하나야. 이건 네가 단순히 내 친구라서 가지는 마음이 아니야. 그냥저냥 널 응원해주고 싶은 가벼운 마음에 쓰는 글도 아니고, 네가 가진 좋은 점만을 보고 하는 이야기도, 절대 아니야.


   내가 왜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자면 너무 긴 이야기가 되겠지. 우리 함께 한 시간을 잘게 쪼개고 쪼개 그 이유를 써 내려가면 열 손가락 넘게 나올 거야. 근데 정현아, 이 공간에는 내가 왜 너를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너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싶지 않아. 쓰라면 물론 쓸 수 있겠지. 네가 이래서 내가 그렇게 생각했고, 너는 이런 사람이라 나는 이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고. 근데 되도록이면, 이야기하지 않고 싶어. 왜냐하면 내가 나열한 이유들에 네가 마음을 쏟게 될까 봐. 혹시 한 가지라도 그 이유에 어긋나는 순간이 찾아오면, '난 그런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생각을 할까 봐. 그래서 혹여나, 지금 내가 이야기해주는 확신에 대해서 자신감을 잃어버릴까 봐. 나는 네가 그러지 않길 바라서.


    때때로 네가 자신 없어하는 네 미래에 대한 확신을, 너에 대한 확신을 나는 가지고 있어, 정현아. 그리고 또 하나의 확신이 있어. 이 확신을, 나만 가지고 있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 너를 아는 사람이라면, 너와 가까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네가 무슨 일이든 잘 해낼 사람이라는 걸, 어떤 삶이든 잘 가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을 거야. 이 모든 걸 정현, 너라는 존재 자체로 증명할 수 있는 거야.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해도 괜찮아. 조금쯤 자신 없어하는 날이 있어도 괜찮아. 내 믿음에 부응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고, 너를 향한 사람들의 확신을 저버리지 않겠다며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그런 마음으로 노력하지 않았을 때도 나는 너를 알았고, 믿었고, 확신했으니까.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네가 내 마음을 단단하게 붙들어뒀으니까.


    내일의 삶도, 일 년 후의 삶도, 아주 먼 미래의 삶도 우리는 무엇하나 확신할 수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러겠지만. 있지, 내가 너의 확신이 될게. 나만은 변하지 않고 널 응원해주겠다는 약속을 할게. 내가 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을 네가 의심하지 않도록 더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될게. 네가 흔들릴 때 붙들고 서있을 수 있는 뿌리 깊은 나무가 될게. 그렇게 오래오래, 여기서 이렇게 서있을게. 네가 억지로 물을 주지 않아도 나는 무럭무럭 자라날 거야. 너의 햇살, 너의 먹구름, 너의 비 모든 것을 나는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너의 모든 발걸음 아래에 내 믿음을 깔아놓을게. 씩씩하게 걸어가. 흔들림 없이 네 발밑을 받쳐줄 테니까. 언제고, 네가 가는 모든 길을 함께 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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