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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ep 21. 2018

당신의 어렸을 적 꿈을 기억하나요?

어릴 적 꿈을 이룬 말레이시안 아티스트 A

나의 어릴 적 꿈에 대해 말하라면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가물가물 하긴 해도, 그래도 생각나는 몇 가지는

피아노 선생님

의사

화장품 회사 연구직

로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상당히 동떨어진 일들이었다. 하기야 서른이 된 이제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러나 내가 발리 VISA RUN(비자런)*을 이유로 근 10여년 만에 다시 방문하게 된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만난 친구 A는 달랐다.

(*인도네시아에서 무비자가 허용된 30일 이상 체류할 경우 미리 비자를 받아놓은 후 연장하거나 아니면 그 안에 인도네시아에서 출국 후 재입국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를 VISA RUN이라고 부른다.)


내가 머물던 호스텔 사장님이었던 A와 얘기를 시작하게 된 건 체크아웃하면서였다. 발리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좀 남아 호스텔 로비에서 쉬던 중 평범한 대화로 시작한 얘기가 그의 인생 얘기까지 가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군인, 어머니는 농부이신 집안에서 태어난 A는 작품을 태워버리시기까지 했다는 부모님의 격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7살부터 거리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어렸을 적부터 예술가의 꿈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을 하며 경력을 쌓았고 본격적으로는 말레이시안 어린이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EDY & CICI"를 그리면서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 후에도 A는 영국, 일본, 슬로바키아 등을 오가며 본인의 커리어를 탄탄히 쌓아 나갔다.


그 중에 A가 나에게 특히 감명을 주었던 것은, 그가 말레이시아 시골 아이들의 창의력 증진을 위해 사비를 털어 진행 중이라는 자선 프로젝트였다. 'A MILLION SMILE'라는 이 아름다운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재활용 재료를 활용해 웃는 얼굴을 만드는 활동이라며 A는 소개했다.  


그의 프로젝트 철학은 확고했다.

아이들의 창의성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자산이다.


작품이 완성되면 이건 잘했고 이건 못했다라고 평가하는 대신 모두의 개성을 존중해 준다는 A. 단 한 아이도 우등생 혹은 열등생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에 한국의 등수 매기기 문화가 더 서글퍼졌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한다며 활짝 웃는 그의 미소에 그 아이들만큼의 거짓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 혼자하기 버거울 경우에는 예술 프로젝트를 도와주는 숙박객에게 무료로 숙박을 제공해주기도 하는 멋진 사람.


본인 포트폴리오를 한가득 꺼내오더니 그동안 작업했던 일들을 자신감 있게 보여주는 그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확고했던 꿈을 이룬 자의 신념과 자부심을.

 


이삼십대를 위해 좋은 조언을 한 마디 해 줄 수 있냐는 요청에 A가 주저없이 대답했던 그 말이 떠오른다.


Stop copying other people's life
다른 사람의 인생을 카피하지 마세요



이 멋진 아티스트의 프로젝트는 https://www.senimankecil.com 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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