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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ep 21. 2018

새로운 인생을 찾은 사람들

하고 싶은 일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작년 늦은 사춘기에 빠지면서 나에게 든 질문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여전히 그 것을 즐길 수 있을까?

였다.



미국 경제 잡지 <Forbes>의 전 발행인 말콤 포브스(Malcolm Forbes)가

The biggest mistake people make in life is not trying to make a living at doing what they most enjoy (인생에서의 가장 큰 실수는 자신이 즐기는 일을 직업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하지만 그건 포브스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거기다가 주위에서 들은 

"그런 건 없어. 나는 퇴근 후의 삶을 즐기기 위해 일을 해"

"취미는 취미대로 놔 두는 게 좋아. 일이 되는 순간 즐기는 건 불가능해"

라는 말들은 좋아하는 일=직업이 될 수 있을거라는 나의 믿음을 점차 약화시키기도 했다. 



그치만 내가 지난 몇 달간 만난 이 인생 멋쟁이들은 그런 회의감을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아주 조금 늦었을지 몰라도 용기내어 내려 놓고 본인의 인생을 찾아 2부를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엔지니어에서 요가 선생님, 디제잉까지 하는 팔방미인

우붓의 유명한 요가 선생님 S는 원래는 산업 공학을 전공한 공돌이. 공부가 맘에 들지 않아 예술이나 그래픽 디자인도 배웠다는 그는 현재 오랜 경험을 살려 우붓에서 요가를 가르치면서 취미로 스미냑(Seminak)이라는 발리의 유명한 파뤼-플레이스에서 DJ로 활동하고 있는 팔색조다. 


"내가 좋아하고 최선을 다해서 공부할 수 있는 전공을 찾아 공부하고 싶어."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나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핸드볼 선수에서 라이프 코치로

발리에서 같은 숙소에 머물던 스웨덴 친구 E은 원래 핸드볼 선수였는데 운동을 그만 두고 학업을 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사람들의 인생 상담을 해주는 라이프 코칭 일을 하고 있다. 



에미레이츠 승무원에서 호스텔 지기

3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에미레이츠 항공사에 입사해 두바이에서 7년을 근무한 승무원이었던 S. 돌아다니는 일에 이골이 낫다는 그가 한 곳에 머물면서 세계 여행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오픈하게 된 것이 바로 그의 고향 시칠리아 카타니아의 호스텔이었고 나는 여행 중 들른 그 곳에서 그를 만났다.

현재 직원은 본인 포함해 단 2명뿐인데다 수용 인원이 15명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내년에는 60명으로 넓히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가지고 있던 S에게 너 지금 행복하니?라고 물어보니 미소 지으며 대답하던 그의 얼굴이 떠오른다. 

"Yes, I am happy now" 



고고학자에서 트레킹 가이드로

순례길 막바지에 만난 이탈리안 친구 S는 벌써 4번째 순례길을 걷고 있던 고수였다. 

심지어 두번째 순례길은 그녀의 고향인 밀라노에서 시작해 산티아고로 들어오는 무려 3개월에 걸친 길이었단다. 

다른 날 우연히 만나게 된 한 분은 알고보니 그녀가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를 보고 순례자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을만큼 그녀는 까미노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피렌체에서의 어느 날, 한 까페에 앉아서 문자를 하던 중 그녀는 갑자기 소식을 전했다.


'Sunny, 나 고고학자 일 그만두고 트레킹 가이드로 일하려고. 

순례자의 길을 포함해 트레킹을 한지 12년이 되었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걷는 걸 도와주고 싶어. 학계 일을 떠나는 게 쉽지 않지만 걷는 것이 내가 내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일임을 너무나도 잘 알아.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가능한 여러 순례길 여정을 발견하고 포트폴리오를 쌓아서 에이전시에 전달할거야.'


그리고 그녀가 보내준 사진에서 그 결정에 대한 확신을 여실히 보여주던 따끈한 조개문양(순례길을 상징) 문신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새로운 루트를 찾으러 대부분 걸으면서 시간을 보내겠다는 그녀. 

'너를 진심으로 응원해! 너는 분명 잘해낼거야!'라고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메세지를 보내주었다.  



그 외에도 

일본인 친구 N은 원래 은행에서 일을 하다가 요가 강사가 되기 위해 발리를 찾은 후, 지금은 일본에 돌아가 요가 수업을 하고 있고,


교환학생 시절 나의 노르웨지안 버디였던 M은 곧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에서 가장 복지가 좋다는 북유럽을 떠나 더 많은 기회를 찾고 본인의 잠재력을 펼치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발리 우붓을 떠나는 날 만난 감사한 인연의 한국인 S언니는 방송 작가로 일하시다가 13년 동안 여행을 다니셨는데 그 중에서도 우붓에 남다른 애정이 있어 그 곳에 오랜 기간 머무시는 중이셨다. 현재는 한국에 잠깐 다른 일로 들어와 계시지만 곧 요가를 위해 다시 우붓을 찾으시겠다는 언니에게 늘 특별하고 아름다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말레이시안 카투니스트 A처럼 어렸을 때부터 확고했던 꿈을 이루는 것과

위 사람들처럼 다른 인생을 살다가 나에 대해 알아차리고 새 인생을 사는 것. 


좋고 나쁨은 없다. 후자의 경우라도 다른 경험을 통해 배운 점들이 분명히 있을테니. 그리고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그들이 내린 과감한 결정과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에는 배우지 않을 수 없는 훌륭함이 있다.


두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가슴이 뜨겁게 뛰는 삶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도전했다는 것이다. 



서른이 되어 다시 읽은 탈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고,

돈이 없다는 것은 인생의 절반을 잃은 것이고, 용기가 없는 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은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말콤 포브스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While alive, he lived (말콤 포브스, 열정적으로 살다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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