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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ep 23. 2018

나는 누구인가에서 직업에 이르기까지

WANNA LIST에서 찾은 세 가지 발견

WANNA LIST에서 찾은 발견 1.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WANNA LIST를 쓰고 점차 그것들을 이뤄가며 나에 대해 배운 것들: 나는..

함께 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혼자 하는 것을 더 즐긴다.

나에게 있는 능력을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에 의미를 둔다. 

목표 지향형이고 부지런히 움직여 단기간에 성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성격이 급해 끈기 있게 오래 하는 것과 맞지 않는다.

새로 배우는 것을 즐긴다.

생각보다 먹는 걸 더 좋아한다. 

등등.



WANNA LIST에서 찾은 발견 2.

좋아하는 일 =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 즐거움에 하는 일.


우쿨렐레의 맑은 소리의 매료되어 첫 월급을 타고 좋은 우쿨렐레를 장만했다. 혼자 코드를 연습하고 곰세마리를 처음 쳤을 때의 그 희열감이란(그 날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만 20번을 불렀을 거다). 누가 배우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저 즐거워서 베짱이처럼 침대에 앉아 몇 시간이고 띵가띵가 거렸다.  


이탈리아어를 처음 배울 때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책상에 불상처럼 앉아 공부했다. 언어를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배워본 적이 없었다. 빨리 피렌체에 가서 이 표현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 해 비행기 날짜까지 하루씩 지우며 손꼽아 기다렸고 그렇게 피렌체 도착해서는 아침마다 어학원 출석하는 게 너무나 즐거웠다. 스스로 동기 부여된 배움이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체험했던 시간이었다.


한글학교 수업도 비슷하다. 그 날 가르칠 한국어 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학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데에 투자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다. 그치만 나는 대충 가서 시간만 떼우는 수업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나의 학창 시절에도 그렇고 해외에 살면서 몇 군데 어학원을 다니다보니 그런 선생님들이 몇 있다. 교사로서의 본분을 잊은 선생님들이.). 재미 없게 수업만 하는 것도 원치 않기에 어떻게 하면 즐겁고 효율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까를 매번 고민한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나는 그 두 가지를 충분히 즐기면서 하는 중이다.    



반면에 나는 청소, 빨래, 장보기 같은 집안일도 나름 알아서 잘한다. 그치만 내가 그 일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 일이 나에게 그리 즐거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두 번째 발견: 좋아하는 일은 (1)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하는 일과 (2) 즐거움을 느끼는 일의 교집합이라는 것.




WANNA LIST에서 찾은 발견 3.

좋아하는 일  직업이 되기 위한 필터링 작업

발견 2에서 찾은 좋아하는 일들은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취미 혹은 업


그것을 가르는 기준은 나에게 그 일로부터 경제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존재하는가.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그걸로 돈 벌 수 있어?

이다(나의 경우 업이란 '조금이라도 금전적 수익을 낼 수 있는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WANNA LIST를 쓴 후 그 목록을 내가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해 보았다. 여기에는 차가운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했다. 나를 과소평가하지 않으면서 또 너무 과대평가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예를 들면 나는 우쿨렐레 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걸로 돈을 벌 정도의 능력(예: 우쿨렐레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은 안 된다. 따라서 직업으로 삼기 힘들다.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크지만 이탈리아에 대해 누구에게 자신있게 가르칠 수준은 아니다. 그래서 이것도 나의 포텐셜 직업군에서 아웃. 

하지만 한글 수업은 나의 기질에 맞는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약간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일이기에 한국어 교사가 내가 즐길 수 있는 직업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던 것이다.

  



피렌체에서 만난 프로그래머 M은 이탈리아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코딩 수업을 하는 프리랜서로, 아이들에게 가르칠 게임 프로그래밍 교수법을 고안하고 개인 프로젝트 제안서 등을 작성하기 위해 밤 새는 게 부지기수인 친구였다. 만날 때마다 눈 밑이 퀭해 안쓰러워도 그렇게 사는 게 즐겁다는 그가 바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걸로 돈도 버는 아주 좋은 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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