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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ep 30. 2018

하고 후회하기 vs 안 하고 후회하기

삶의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6개월의 여정이 끝나고 시칠리아에서 독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의 WANNA LIST를 꺼내들었다. 

하나 하나 네모 박스 안에 체크를 해 보니 몇 달 사이에 내가 이뤄낸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과 동시에 4개의 장소로 떠나기 전, 설레임 반 걱정 반이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요가 트레이닝 수료도 제대로 못하고 돌아오면 어쩌지?

혼자서 외롭지는 않을까?

순례길 도중 다치면 어떻게 해야하나?

시칠리아는 괜히 가는 게 아닐까? 등등

겪고 보니 그 당시 나는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에 쓸데 없는 감정 소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비행시간에는 아직 체크되지 않은 항목들을 들여다 보며 이번에는 걱정보다는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독일 집에 도착한 다음 날, 집에서 내가 최고로 애정하는 장소인 흔들 의자에 앉았다.

아, 집에 오니 너무 편안하구나. 

그치만 내가 6개월 전 떠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지금도 발리 꿈을 꾸고 있겠지?



내가 가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으면 나는 평생 몰랐을 것이다. 발리, 순례길, 이탈리아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떤 것일지. 그리고 나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분명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그 해 서른에 가 볼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들어 볼껄. 


남에게 들은 경험은 내가 겪어보기 전까지 절대로 나의 경험이 될 수 없다(Never try? Then you never know). 나에게 시칠리안 디저트인 까놀로가 주었던 엄청난 충격처럼, 먹어 보지 않았다면 평생 그런 엄청난 음식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살 노릇이다. 


혹여 재수가 안 좋아 순례자의 길 도중 포기하고 돌아왔다 한들 나는 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았을 거다. 실패를 겪을지라도 그건 나를 키우는 경험이 되었을 테지만,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로 남을 일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나의 경험을 빌미로 "내일 직장 때려치우고 6개월 여행을 가세요, 그럼 인생이 바뀝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분명히 각자 인생의 크고 작은 도전 거리는 본인이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매겨 결정해야 할 일이다. 또 안타깝게도 모든 도전이 의미가 있을거라는 보장도 없다. 너무 견디기 힘들만큼의 고통이 예상이 된다거나, 하나 안 하나 내 인생에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 뻔히 보인다면 까짓것 안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꼭 넘고 싶은 도전의 벽과 맞닥뜨렸을 때, 그 벽을 깨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돌아 나올 것인가에 이 질문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삶의 마지막 순간으로 가 그 상황을 돌아본다면 어떤 결정을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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