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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May 23. 2020

과식의 비효율성

5분의 행복이 낳은 18시간의 더부룩함

며칠 전 다이어트 관련해 음식 컨트롤이 가능해졌다는 나의 대담한 선언이 무색하게도 어제 다시 음식 앞에 고삐가 풀렸다.


하얀 밀가루보다는 몸에 좋다고 통밀로 된 또띠아로 피자를 만들어 먹으면서 하얀 밀가루보다 훨씬 더 안 좋은 과식을 하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거기다가 어제는 시나몬롤과 견과류 파이까지 구워 탄수화물 파티를 하는 사단이 나고야 맘. 그나마 양심이 찔려 단맛이라도 최소화한 건 하나쯤 더 먹어도 괜찮아의 적절한 변명거리가 되고야 말았다. 나름 요리와 베이킹을 좋아하면서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게 요즘 같은 집콕 시기 건강 유지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 중이다.


다행이었던건 위가 좀 줄긴 줄었는지 예전만큼 들어가진 않았고 더 다행이었던건 먹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했다. 진심으로.


하지만 과식 후 운동 및 18시간 공복을 유지한 지금, 아직도 더부룩한 속을 보며 어제의 과오를 되돌아본다. 먹을 때 슬픈 것보다는 낫겠지만 조금 더 먹는 그 순간 5분의 행복이 18시간을 괴롭게 한다는 것은 내가 살면서 중요시 여기는 효율성 측면에서 아주 덜 떨어지는 일이 아닌가. 딱한 나의 몸은 그 많은 음식을 소화하는 데 얼마나 애를 먹었을까.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많이(!) 먹는 게 늘 문제다.

과식을 평생 안 할 거라는 다짐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므로 그저 다음 과식 전에 이 글이 생각나기만 해도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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