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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May 26. 2020

유튜브 대 브런치

듣고 보기 vs 읽고 쓰기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않았을 때는 남들의 글 또한 읽지 않았다. 읽기 대신 내가(혹은 나의 본능이) 택한 것은 상대적으로 피곤함이 덜한 듣기 및 보기였고 유튜브는 이런 면에서 월등한 플랫폼이었다. 배스킨라빈스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테마들은 일상의 지루함을 달래주는 일등 공신이었다. 역사, 정치, 경제, 예술, 요가, 홈트, 외국어, 요리 및 베이킹, DIY, 책 서평, 자기계발, 프로그래밍, 간접 여행 등 유튜브에서 배울 수 없는 게 없고 그 분야 (세미)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채널의 퀄리티는 돈 내고 듣는 오프라인 강의가 아까울만큼 훌륭한 경우가 수두룩하다(그에 반해 두서없고 영양가 없는 채널들도 많은 것 또한 사실이지만). 정말이지 유튜브가 내 학창시절에만 있었다면 너무나도 이과 성향인 나도 경제나 사회 과목을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똑똑한 유튜브 딥러닝 알고리즘은 무서우리만큼 나를 파악해 어찌나 찰떡 같이 추천 영상을 주는지 보고 있는 영상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영상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난 적도 꽤 많다.


그러다가 내가 글을 씀으로 일해 (나름) 콘텐츠를 생산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유튜브에 쓰는 시간이 줄고 브런치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읽고 쓰는 재미를 다시 찾아서일까 아니면 영상의 역동성에 오히려 피로감을 느껴서일까. 

유튜브처럼 직접 볼 수는 없어도 논리적이면서도 위트가 넘치면서 솔직한 글을 쓰는 유수한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을때면 유튜브와는 다르게 작가와 더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소중한 나만의 브런치 시간"이라는 타이틀을 왠지 모르게 붙여지고 싶어진다. (기본적으로 브런치는 조금 더 작은 공간에서 소통하는 느낌이 크다.)  또한 글을 씀으로 인해 소비하는 입장에서 생산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일 바깥 부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더 중요하게도 그 흩어져 있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쓰기가 나에게 주는 큰 혜택이 되었다. 


움직이는 객체가 되었건 꼬부랑 글씨가 되었건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여러 감각을 자극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큰 것 같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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