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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Apr 27. 2019

그날 왜 울었던 것일까

지난 수요일 회사 총무인사팀장님을 만났다.


남편은 다음 승진을 위해 로비라도 하는 거냐고 농담을 던졌지만 그런 생각은 정말 하나도 없었다.


현재 맡은 직함이 그랬던 것이었지 그냥 그분은 나에게 회사에서 비교적 친하게 지내는 선배였고 내가 브런치에 상사라는 주제에서 등장하기도 했던 신입시절 날 위로해준 분이기도 했다.


사실 밥 한번 먹자며 벼르어 왔던 건 오래전부터였다.


내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귀한 순간부터 우린 서로 얼굴 한번 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지만 막상 팀장님도 나도 이런저런 일들이 바빠 시기적으로 이제야 따로 밥을 먹게 되었다.





팀장님을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지난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회사분이니 회사에 대한 얘기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지난번 있었던 승진 얘기나 인사정책의 불만 따위는 절대로 꺼내고 싶지 않았다.


어쩜  그렇게라도 나는 괜찮다는듯한 쿨한 인상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1차로 저녁을 간단히 먹고 자리를 옮겨 소주 한잔을 기울이던 중 팀장님 입에서 먼저 지난 승진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많이 속상하고 억울했겠다는 그분의 이야기에 왜였을까 나는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분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게 처음은 아니었다.


신입시절 힘들 때도 눈물을 보였었고 그분께 모질게 혼이 났을 때도 눈물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더 이상 회사 사람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며 겨우겨우 눈물을 참아 왔었는데 그냥 모든 속마음이 터져 나온 듯 눈물이 쏟아졌다.


팀장님이 사준 와인의 이름이었다


한참을 소리 죽여 훌쩍이다가 겨우 진정을 하고는 처음 꺼낸 말이 나도 모르게 전 열심히 했다고 했는데.. 였다.


열심히 했다는 말만큼 어리석고 구차한 변명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이라는 게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벌써 승진인사가 끝난 지도 세 달 가까이 되었는데 난 아직도 이렇게 그 일을 구차하게 붙잡으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으니 내 뒤끝도 참으로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먹이며 하는 나의 변명에 그분이 다 알고 있다며 날 위로했다.

그렇지만 억울해도 지난 일을 속상해하기보다는 앞날을 도모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며 내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을 채워주셨다.


앞날..

잘 모르겠다.


그분이 말하는 앞날은 다음 승진인사겠지만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그 앞날을 위해 또다시 열심히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이제는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그냥 내 인생을 열심히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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