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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May 07. 2019

회식에 대한 짧은 소회

며칠 회사에서 회식을 했다.


분기별로 한 번씩 진행되는 팀 회식인 데다가 우리 팀의 특성상 1차에서 깔끔하게 끝이 나는 덕분에 나는 회식자리를 그리 싫어하지는 않는 편이다.


회식의 단골 메뉴인 삼겹살이 불판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서로의 술잔이 한두 잔 오고 가자 지난 몇 달간 새로 팀을 이뤄 고생했던 것에 대한 격려와 칭찬이 오고 갔다.


다들 잘 익어진 삼겹살을 안주삼아 술 몇 잔을 주고받자 조금씩 솔직한 속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각자 술은 셀프 서비스로~


그 얘기들 중에는 이번 승진에 물을 먹은 나를 위로하는 말들도 흘러나왔고 작년 말 승진은 했지만 그 자리를 위해 오랜 시간을 버텨야만 했던 과장님의 속내도 터져 나왔다.


그리고 술이 살짝 알딸딸하게 오를 무렵 팀장님의 주도로 찾게 된  근처 호프집에서 요즘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차장님의 속풀이가 이어졌다.


"나 안 괜찮아.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정말 가끔 숨이 안 쉬어진다니까..


이러다가 내가 진짜 죽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눈앞의 시야가 하얗게 흐려질 때도 있."


차장님은 몇 년 전부터 겪기 시작한 공황장애에 대해 언급하며 울컥하시는 느낌이었다.


그런 차장님의 속내에 어렵게 입을 여신 팀장님의 말씀처럼 이전의 차장님은 참 활기찬 사람이었다.


언제나 젊고 호리호리한 외모에 유머를 겸비한 덕분에

늘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 인기가 높은 분이셨다.


그런 차장님이 공황장애라는 병을 겪게 되신 건 개인적인 일 때문이기도 하셨겠지만 회사에서 겪은 사람들에 대한 상처와 승진인사에서 겪은 스트레스 때문이기도 하셨다.


술에 살짝 취해 슬픈 눈으로 나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다독이시는 차장님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짠해졌다.


그리고 회식내내 안주삼아 이어지는 직원들에 대한 험담들을 듣고 나니 회식을 끝내고 돌아가는 나의 발걸음 무겁기만 했다.


언제쯤 회식을 끝내는 나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을까?


회식의 메뉴와 방법이 바뀐다 해도 회사 사람들과 모여 회사 얘기를 나눠야 하는 회식은 영원히 마음이 무거운 식사로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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