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보는 프로가 있다.
나는 직장인이 되면서부터는 드라마보다는 예능이나 다큐를 자주 보게 되는데 아마 팍팍한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드라마보다는 한번 보고 웃을 수 있는 예능이나 리얼 현실을 담고 있는 다큐가 더 공감 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그런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프로가 바로 금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스페인 하숙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산티아고의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알베르게라는 숙소를 운영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물론 그곳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케미도 보는 재미이겠지만 일주일에 5일을 직장에 매여있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순례자의 길을 갈 수 없다는 현실적 제약이 이 프로그램에 더 집중하게 하는듯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행복하고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다.
편집의 힘도 있었겠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롯이 자신의 발걸음에만 집중하는 순간들이기에 몸의 피로는 있어도 마음의 피로는 없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보며,
나의 현실에도 이 순례자의 길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육아'
나는 단번에 육아 또한 그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육아였지만 이 길이 이렇게나 힘들고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것인지를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 시간만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라는 심정으로 나를 다독이고 있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육아는 어려웠던 것이 쉬어지면 다시 새로운 고난이 찾아온다.
요즘 툭하면 입 삐쭉 에 껌딱지가 되어 버린 딸을 키우며 나는 오늘도 순례자의 길을 걷는다는 심정으로 육아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비록 그 길에는 스페인 하숙에서 만날 수 있는 핫한 연예인 주인장도 그들이 만들어준 맛난 끼니도 없지만 아이가 보여주는 작은 변화와 웃음에 몸을 맡기며 오늘 하루도 기꺼이 그 길에서 이탈하지 않으리라 맘먹고 있다.
부디 그 길의 끝까지
Buen Camino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