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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May 09. 2019

월요일에 돌아올게


아이를 재우고 난 주말 오후, 나는 가끔 남편에게 양해를 구한 후 근처 카페로 향다.


그럴 때마 남편은 나에게 이렇게 묻 한다.


"언제 올 거야?"


남편의 반복된 물음에 나도 모르게 이렇게 대답해버렸다.


월요일에 돌아올게


정말로 월요일에 돌아오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저 아이가 낮잠을 자는 한두 시간만으로 오랜만에 찾은 나의 자유시간을 한정 짓고 싶지 않아서 나온 나의 진심 어린 농담 같은 거였다.


그 농담처럼 결혼을 하고 육아를 시작한 이후부터 나는 정말로 간절히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 동안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읽는 시간은 잠시나마 잊고 있던 생기가 살아나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이랑 어디 좋은 데 가세요?"


결혼 전 회사 장님이 휴가를 내신다는 말에 나는 이렇게 곤 했었다.


아이가 셋이나 있는 장님의 휴가는 당연히 집안에 일이 거나 아님 아이들과의 시간을 위해서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의 휴가는 늘 이런모습이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나의 예상과는 달리 장님은 가끔 한 번씩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시곤 했었다.


"아니.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평상시처럼 출근하듯이 나와 오랜만에 찜질방도 가고 만화책도 보러 갈 계획이라 말씀하시는 장님 얼굴은 그 얘기를 하는 내내 기가 돌았다.


그러나 그때 나는 철없게도 그런 님이 이기적인 분이라고 생각다.


그것도 그런 것이 결혼을 하여 가족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그들만을 위해서만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그때  장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32개월째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도 여러 번 그런 비밀 휴가의 충동을 느끼고 있으니까 말다.



오늘도 회사 전산에 휴가를 입력할까 말까를 망설이다 결국 입력화면을 닫아버렸다.


하루 휴가로 묵은 피로가 사라질 리 만무하겠지만 잠깐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걸 하면서 잠시 쉬어볼까 하다가도 금세 '애가 아플 때 쓰려면 아껴두는 게 좋겠지.'

'엄마가 아이 보는 게 힘드실 때 쉬시라고 하려면 참는 게 낫겠지.'라는 생각이 나의 손을 멈칫거리게 한다.


'월요일에 돌아올게.'


주말마다 남편에게 외치는 그 말이 현실이 될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 저녁, 회식 때문에 늦게 돌아온다는 남편을 대신해 오늘도 고독한 육아의 시간을 한번 버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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