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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May 17. 2019

이런 엄마였습니다

딸아이가 태어나고 한참 동안 나와 남편은 아이에게 지어준 예쁜 이름 대신 몬순이라는 별명으로 불렀었다.


못생겼다는 뜻으로 남편이 지은 몬순이라는 별명은 아이가 우리 눈에 진짜로 못생겨 보여서 그렇게 지은 것이 아니라 남편의 고모님이 하신 말씀 때문이었다.


"귀한 아이일수록 백일 동안은 못난 이름으로 불러야 돼.

그래야 나쁜 신의 질투아이한테 해가 가지 않을 거야."


여든이 넘으신 남편 고모님의 미신 같은 말씀을 믿을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아이에게 해가 된다는 것은 그 어느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우습게도 백일 가까운 시간동안 우리는 딸아이를 몬순이라고 불렀었다.  


그런 우리의 마음이 통했는 아이는 지금까지 큰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생각해보면 아이를 갖은 후에도 난 조금 유난스러운 산모였다.


아이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나는 매번 정기검진 때까지 마음을 졸였다.



임신이 믿기지 않아 테스트기를 3개나 썼었다



특별히 나와 아이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임신 초기 조금이라도 임신 증상들이 사라지면 걱정스러운 마음에 쪼르르 병원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2주 후에 오세요"라고 하면 1주일 후에 갔고 "1달 후에 오세요"라고 하면 2주 만에 달려갔다.


그만큼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초음파를 통해서 에는 확인할 수 없었던 임신 초기였기에  나는 아이가 내 뱃속에서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웠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를 갖기 전 유산을 경험했거나 임신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아니었었다.


그런데도 난 아이를 갖은 이 행운이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릴까 봐 언제나 전전긍긍했었다.



그만큼 아이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아이의 태동이 느껴지고 배가 불러오는 임신 중기부터 만삭까지도 여전히 나는 걱정 많은 엄마였다.



초음파 사진으로 보이는 아이가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었다



매번 검진일 때마다 아이의 손가락과 발가락 수를 세심하게 확인시켜주시는 의사 선생님의 노력에도 혹시나 아이에게 내가 모르는 장애가 있을까 봐 걱정하고 또 걱정했었다.



배가 남산만 해졌던 만삭에는 자궁입구 쪽에 위치한 내 근종 크기 때문에 자궁입구로 머리를 돌린 아이의 머리가 제대로 크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었다.



그렇게 가슴 졸이던 10개월의 기간이 지나고 아이를 만나기 위해 수술대위에 누웠을 때 나는 쫄보 엄마였다.


유도분만을 해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에도 다가올 진통이 두려워 무작정 수술을 시켜달라고 하는 겁쟁이 엄마였고 수술 중에도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의 기쁨보다는 내 배가 갈라지고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목격하게 될 두려움이 커 수면마취를 선택했던 나였다.



아이를 만나고 키우는 동안에는 몇 번이나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고 싶었던 비겁한 엄마이기도 했다.


밤새 잠들지 못하고 울어대는 아이를 어쩌지 못해 아이를 부여잡고 함께 울기도 했고 밖에 나가 떼를 부리는 아이를 혼자서는 수습할 자신이 없어 이와의 둘만의 외출을 꺼기도 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큰 지금은 난 아직도 엄마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이기적인 엄마이다.


아이에 대한 애정보다는 책임감의 무게가 더 크고 아이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나의 노후에 대한 준비가 더 시급한 이기적인 엄마이다.


그렇기에 남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엄마일 수도 있다.

때로는 "엄마가 왜 저래"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내 아이에게 좋은 엄마이고 싶은 것이지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또는 엄마 같아 보이는 엄마이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좋은 것의 의미와 느낌이 다른 것처럼 사람들이 정해놓은 좋은 엄마라는 틀에 연연하지 않길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나와 남편이 남들에게는 미신 같았던 얘기를 믿고 아이에게 몬순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의 그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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