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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Jun 04. 2019

딸아이의  사회생활

오늘은 딸아이의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참여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아이는 오늘 아침 여지없이 출근하는 나에게 매달려 서럽게 울었고 오후에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가겠다는 나의 굳은 약속에도 쉽사리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요즘 딸아이는 엄마인 나에게 유달리 큰 애착을 느끼고  있다.

특별히 내가 더 잘해주거나 반대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확연히 줄어든 것도 아닌데 아이는 나와의 애착을 확인하려는 듯 울며 매달리는 시간들이 늘어가고 있다.


겨우 아이를 달래 놓고 사무실로 출근한 나는 오전 업무를  마친 후 서둘러 어린이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어린이집 교실을 들어서는 순간 아이는 행복한 미소로 엄마라고 부르며 나에게 달려왔고 연신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 나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3~4살 아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간단한 율동부터 악기를 두드리는 활동까지 20분가량 진행되었던 수업 내내 4살 딸아이의 표정은 진지했다.


늘 소극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딸아이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고 활동적이었다.


선생님의 요청에 딸아이가 그렇게 바로 달려갈지는 몰랐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선생님의 주도로 마련된 학부모 간담회에서 나는 조심스레 담임 선생님께 물었다.



"우리 @@이가 요즘도 삐쭉삐쭉 많이 하나요?"


학기초 무언가 속상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입술을 쭈욱 내밀다 금세 울어버리는 일이 잦다는 것을 선생님께 들은 터라 몇 달이 지난 요즘도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선생님께 묻자 선생님께서는 고개를 저으셨다.



"아니에요. 요즘은 많이 고쳐져서 거의 안 그래요.

오히려 @@이가 친구들한테 양보도 잘하고 표현도 잘해서 인기가 많아요."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집에서는 형제가 없는 탓에 무조건 자기 맘대로 하려고 고집을 피우는 일이 잦았고 짜증이 나는 일이 있으면 말로 의사표시를 하기보다는 삐죽삐죽 거리는 일이 잦았던 딸아이였기에 당연히 선생님의 입에서 그렇다는 답이 나올 거라 생각하고 한 질문이었다.



"@@이가 율동 시간이랑 활동시간에 얼마나 적극적인데요.

참여도 잘하고 선생님이 하는 말씀도 잘 들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어쩜 엄마인 나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마음에서 하신 말씀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내가 집에서 봐왔던 모습과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살밖에 안된 딸아이도 어린이집이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자신을 좀 더 그곳에 맞는 모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반면 그런 딸과는 달리 십 년이 넘는 직장생활에서도 나를 변화시키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는 내가 네 살배기 딸보다도 훨씬 못났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꼭꼭 씹어 밥을 먹고 씩씩하게 어린이집에 갑니다."


일 아침 어린이집에 갈 생각에 신난 딸아이가 음정 박자를 모두 무시한 채  습관처럼 부르는 동요의 한 소절이다.


언제쯤 나도 딸아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씩씩하게 회사를 가게 될까.


오늘은 딸아이의 사회생활 스킬을 너무나도 배우고 싶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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