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대리 Jun 23. 2019

빨리 미안하다고 말해~!


며칠째 아이의 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아이의 짜증이 극도에 달하고 나와 남편의 피로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가까스로 주말이 왔다.


아이의 체온이 완전히 정상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지만 비교적 해열제를 먹이지 않고 버텨도 될 만큼의 미온 수준이었그제야 나와 남편은 조금 긴장했던 마음을 겨우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좀 달랐나 보다.


몸은 괜찮아졌을지 모르지만 이미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기분과 나빠진 컨디션은 극에 달해있었다.

그리고 늘 그랬듯 그런 상황이 되면 아빠보다는 엄마인 나에게 강한 애착을 보였다.


잠시라도 떨어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안아줘 안아줘"라는 말을 반복하며 딸아이는 나의 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거기다 갑자기 왜 부엌과 냉장고가 있는 다용도실에 꽂힌 것인지 저쪽으로 가라는 울부짖음과 함께 장난감이 있는 거실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결국 13킬로가 넘는 아이를 안은채 왜인지도 모를 아이의 울음 떼를 계속해서 들어야만 했다.


이러한 실랑이를 몇 시간째 반복하다 보니 이미 바닥까지 도달했던 나의 체력과 인내심이 서서히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울음을 100퍼센트 멈추게 하는 방법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아이는 자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철썩하고는 나의 뺨 때려버리는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그 순간 나의 이성의 끈도 모두 무너져 내려다.


아이가 약하게 때린 한방이라 전혀 아프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풀었다는 사실에 많이 화가 났다.

아파서 그다는 이유만으그냥 넘어가이미 도를 넘어선 듯 보였다.


결국 나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고는 아무도 없는 방 안으로 향했다.


아이는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잠시 나의 눈치를 보는 듯 히다가 이내 어떻게서든 울음 떼로 모면해보려 하는 듯 보다.


그러나 나는 훈육을 해야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최대한  감정을 숨기고 아이에게 무엇 잘못되었는지를 찬찬히 얘기기 시작했다.

다가 이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이는 나의 훈육에 계속해서 울음으로 대처하다가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나의 울음에 잠시 당황한 듯 울음을 뚝 그쳤다.

그리고는 나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신의  작은 손으로 눈물이 흐르는 내 눈가 쪽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눈물을 닦아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엄마인 나보다 더 큰 사랑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번쩍 하고 정신이 들었다.

내가 되고 싶은 엄마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기분에 따라 아이에게 매몰차게 대하는 때가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나 회사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로 인해 요즘  나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몰아세우고 있었다.


회사에 마음을 두지 않고 일하려면 나 자신이 인정받을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퇴근시간 후에  이런 것들을 스스로 고민하고 작게라도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게으름 때문인 건지 아님 저질 체력 때문인 건지 막상 퇴근을 하면 아이를 돌보거나 피곤한 몸을 쉬느라 바빴고 아이의 스케줄에 맞혀 움직이다 보면 여지없이 아이를 재우다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적이 많았다.

아이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내가 못한 일들을 생각했고 아이가 길게라도 잠투정을 부리는 날이면 마음이 조급해져 아이를 다그치게 되었다.




"빨리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해."




눈물을 닦고 아이에게 이런 말들로 훈육을 마무리 지었지만 어쩜 사과를 해야 하는 건 나를 때린 딸아이가 아니라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엄마인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미안해. 자꾸 너를 보면서 딴생각을 해서.

엄마 욕심 때문에 너를 자꾸 다그쳐서."



매거진의 이전글 딸아이의 사회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