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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Jul 05. 2019

그래도.. 여행


- 그래, 가자.


이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나와 남편은 오랜 기간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34개월의 딸아이를 데리고 낯선 나라로 여행을 가는 일은 아무리 고민하고 고민해봐도 쉬이 결론이 안나는 일이었다.


4시간 남짓한 비행시간을 아이가 잘 견뎌줄지가 고민이었고 낯선 환경 때문에 아프거나 힘들어하지 않을지가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가보자라고 결론을 내린 건 고생을 하더라도 우선 한번 떠나보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했기 때문이었다.


공항은 여전히 분주하고 활기찼다


떠나기 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 캐리어안 대부분의 공간이 아이를 위한 짐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걸.


아이를 데리고 몇 시간 동안의 비행을 겪어 낸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이 될 것인지를 우리는 겪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그 고생스러움이 부모인 우리에게만 영향을 끼친다면 꺼이 견뎌보겠지만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탔다는 죄로 아이의 울음소리와 떼를 감당해야 하는 다른 탑승객들에게 민폐 부모가 지 않을까 우리는 걱정스럽기 했.


- 부모 좋으려고 가는 거지 애 무슨 죄야

- 애는 나중에 기억도 못할 텐데 왜 애를 데리고 나와서 다른 사람들까지 고생시켜.


이미 이러한 볼멘소리들을 알고 있었기에 아이가 세돌이 다 되어 가도록 결심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이 백퍼 틀린 소리는 아니라는 걸 인정하기에 더더욱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회사생활과 육아에 지친 우리도 그동안 내려놓 살았여행의 즐거움을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것이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얻은 우리들만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요금 좀 비싸더라도 아이의 컨디션에 맞시간 비행 선택했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들과 영상들을 미리 잔뜩 준비했다.


좌석 또한 아이를 안고 달래기 쉽도록 좌석 뒤 공간이 좀 넓은 맨 뒷자리를 선택했다.


다행히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아이는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잠시 칭얼된것을 제외하고는 네 시간가량의  비행을 잘 견뎌주었다.


다낭공항을 나오자 이런광경이 펼쳐졌다


비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베트남 다낭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처음 맞이한 것은 덥고 습한 날씨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적은 경험담을 통해 더워도 너무 덥다는 말을 보고 왔기에 어느 정도는 각오했던 일이었지만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나는 아이가 더울까 봐 연신 아이를 태운 유모차에 휴대용 선풍기 바람을 넣어 남편은 우리가 갈 장소의 위치와 그곳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차량을 확인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에는 각자의 역할이 생기고 있었다.

나는 아이를 챙기는 아이 담당, 남편은 갈 곳이 위치와 차량 그리고 그에 따른 비용을 챙기는 여행담당으로 누가 뭐라 얘기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오토바이에 여러명이 타고 다니는 풍경이 신기했다


아이를 데리고 에어컨이 나오는 그랩에 오르자 베트남의 풍경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교통 신호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거리를 수많은 오토바이와 차들이 어쩜 그리도 부딪히지 않고 잘들 피해 다니는지 나는 넋을 읽고 그 광경을 들여다보았다.


거기다 수시로 울리는 경적소리가 우리나라와는 달리 짧고 경쾌하여 짜증을 유발하기보다는 '내가 이쪽으로 갈 예정이니 조심하세요.'라는 의사표시 정도로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사실, 베트남 다낭으로 아이와의 첫 여행지를 선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와 남편이 마사지를 좋아한다는 이유도 들어 있었다.


한국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싸고 다양한 마사지샵들이 거리에 즐비해 있다는 장점에 우리는 우리의 여행 목표로 1일 1 마사지를 받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한 여행에서 둘 다 1일 1 마사지를 받는 것은 나름의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나와 남편이 함께 갈 수가 없기에 서로 순번을 정해야 했고 특히 낯선 곳일수록 나에게 껌딱지처럼 붙어버리는 딸아이를  떼내고 가기 위해 남편과 나는 아이의 관심을 끌만한 것들을 모두 동원해야 했다.


미케비치는 한적하고 시원해서 산책하기 좋았다


그렇게 1일 1 마사지 전략을 실천하고 나니 사람들이 추천하는 맛집과 주요 관광지 코스들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는 일은 어쩜 불가능 일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는 아이의 컨디션에 맞게 여행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기에 그날그날의 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정하였고 햇볕이 덜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에 우리 나름의 일정을 소화하였.


1일 1 맛집 , 1일 1 관광지, 1일 1마사지, 1일 1 호수영 즐기기.


이 계획을 기본으이동 가능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니 다행히 우리에게는 그리 급할 것도 그리 아쉬울 일도 없었다.


아이는 생각없이 즐거워보였다


- 우리 영원이랑 또 여행 갈 수 있을까?


돌아오는 날, 나의 물음에 남편이 금세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하는 건 분명 예상보다 힘든 일이었다.

챙겨야 할 짐도 많았고 모든 일정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렇지만 우리가  다시 아이와의 여행을 꿈꾸게 된 건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그만큼의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한 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했으리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생각한다.


그래도, 여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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