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그러셨으리라

by 최대리

아이가 잠든 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면 그날 하루 아이에게 미안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조물조물 작은 입으로 떠드는 아이의 얘기에 더 귀 기울여주지 못하고 내 일을 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것, 찡찡대는 아이에게 화를 냈던 일, 아이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주지 못한 일 등등 낮에는 정신없이 지내느라 잊고 있었던 일들이 밤에는 미안함으로 다시 떠오르곤 한다.


2073293_S.jpg 사실 잘때가 젤 예쁘다


"너희도 이렇게 키운 거 모르지?"


딸아이에게 정성을 다하는 우리를 보며 아빠가 자주 하시는 말씀이시다.


우리가 자식에게 쏟는 정성만큼 우리의 부모님들도 정성을 다해 우리를 길렀음을 한 번쯤은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이실 거다.






학창 시절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내가 꽤나 어렸던 시절부터 시작하셨던 것 같다.

그렇기에 학교를 일찍 마치고 돌아가면 집에는 늘 아무도 없을 때가 많았다.

텅 빈 집안에서 혼자서 무언가를 챙겨 먹고 노는 것이 참으로 쓸쓸해서 어린 마음에 늘 집에 엄마가 있는 친구를 나는 많이 부러워했었다.


특히 비라도 오는 날이면 그 부러움이 서러움이 되곤 했었다.

다른 친구들은 엄마나 다른 가족들이 가져다주는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늘 나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속상하고 마음 아팠다.


많은 우산들중에 내 우산은 없다는게 속상했었다


아마 그날도 그랬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학원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밤 열한 시가 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고 아마도 가족들 모두 잠에 들만한 시간이었다.


휴대전화는 있었지만 선뜻 전화를 걸 용기는 왠지 나지 않아 결국 비를 쫄딱 맞으며 5분 가까이 걸리는 집까지 뚜벅뚜벅 걸어갔었다.


걸어가는 내내 눈물이 쏟아졌다.

괜스레 서러웠던 것 같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도 부모님이 고생한다며 자주 데리러 오시는데 나는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관심이 없는 것만 같은 생각에 참고 있던 서러움이 폭발했던 것 같다.


눈물을 쏟으며 비를 쫄딱 맞은 상태로 집에 들어가니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깨신 엄마가 나오셨다.


그리고 훌쩍거리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왜 울고 있는지를 아신다는 듯 비가 오면 전화를 하지 왜 바보같이 비를 쫄딱 맞고 와서 우냐며 나를 다그치셨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더 반항적인 모습으로 방문을 쿵 닫고 들어가 한참을 훌쩍였었다.


그때는 그게 참 속상하고 서러웠었다.

다른 친구 부모님처럼 학교에 일 년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것도 서러웠고 이렇게 날씨가 궂은날에 마중을 나오지 않는 것도 속상했었다.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아님 철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그때는 모님의 그런 행동들이 다 속상하고 서럽게만 느껴졌다.


오늘 비가 내리니 그 일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때는 다 눈물 나게 서운하고 섭섭하게만 느껴졌는데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조금은 알 것만 같다.


밤마다 내가 자는 딸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못해준 일들을 떠올리며 마음 아파했던 것처럼 우리 부모님도 비에 젖은 채 잠든 나를 보며 그러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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