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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Aug 01. 2019

엄마도 그러셨으리라

아이가 잠든 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면 그날 하루 아이에게 미안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조물조물 작은 입으로 떠드는 아이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지 못하고 내 일을 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것, 찡찡대는 아이에게 화를 냈던 일, 아이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주지 못한 일 등등 낮에는 정신없이 지내느라 잊고 있었던 일들이 밤에는 미안함으로 다시 떠오르곤 한다.


사실 잘때가 젤 예쁘다


"너희도 이렇게 키운 거 모르지?"


딸아이에게 정성을 다하는 우리를 보며 아빠가 자주 하시는 말씀이시다.


우리가 자식에게 쏟는 정성만큼 우리의 부모님들도 정성을 다해 우리를 길렀음을 한 번쯤은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이실 거다.






학창 시절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내가 꽤나 어렸던 시절부터 시작하셨던 것 같다.

그렇기에 학교를 일찍 마치고 돌아면 집에는 늘 아무도 없을 때가 많았다.

텅 빈 집안에서 혼자서 무언가를 챙겨 먹고 노는 것이 참으로 쓸쓸해서 어린 마음에 집에 엄마가 있는 친구를 나는 많이 부러워했었다.


특히 비라도 오는 날이면 그 부러움이 서러움이 되곤 했었다.

다른 친구들은 엄마나 다른 가족들이 가져다주는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늘 나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속상하고 마음 아팠다.


많은 우산들중에 내 우산은 없다는게 속상했었다


아마 그날도 그랬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학원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밤 열한 시가 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고 아마도 가족들 모두 잠에 들만한 시간이었다.


휴대전화는 있었지만 선뜻 전화를  용기는 왠지 나지 않아 결국 비를 쫄딱 맞으 5분 가까이 걸리는 집까지 뚜벅뚜벅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눈물이 쏟아졌다.

괜스레 서러웠던 것 같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들도 부모님이 고생한다며 자주 데리러 오시는데 나는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관심이 없는 것만 같은 생각에 참고 있던 서러움이 폭발했던 것 같다.


눈물을 쏟으며 비를 쫄딱 맞은 상태로 집에 들어가니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깨신 엄마가 나오셨다.


그리고 훌쩍거리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왜 울고 있는지를 아신다는 듯 비가 오면 전화를 하지 왜 바보같이 비를 쫄딱 맞고 와서 우냐며 나를 다그치셨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더 반항적인 모습으로 방문을 쿵 닫고 들어가 한참을 훌쩍였었다.


그때는 그게 참 속상하고 서러웠었다.

다른 친구 부모님처럼 학교에 일 년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것도 서러웠고 이렇게 날씨가 궂은날에 마중을 나오지 않는 것도 속상했었다.


너무 어려서 그랬는지 아님 철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그때는 모님의 그런 행동들이 다 속상하고 서럽게만 느껴졌다. 


오늘 비가 내리니 그 일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때는 다 눈물 나게 서운하고 섭섭하게만 느껴졌는데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조금은 알 것만 같다.


밤마다 내가 자는 딸아이의 얼굴을 마주하며 못해준 일들을 떠올리며 마음 아파했던 것처럼 우리 부모님도 비에 젖은 채 잠든 나를 보며 그러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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