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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Jun 16. 2019

예쁘지 않다는 그놈의 자격지심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나는 그리 외모적으로 눈에 띄는 사람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비교적 큰 눈에 뚜렷한 이목구비 때문에 이쁘다는 말을 가끔 듣긴 했었지만 그 이후부터 급격하게 찌기 시살들과 번식을 시작한 여드름로 인하여 나는 금세 외모의 침체기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나 나와 한두 살 차이가 나는 사촌동생들을 만날 때면 그런 나의 외모는 유달리 더  암흑기를 맞이했다.


언제 보아도 늘씬한 몸매와 여성스러운 외모를 가진 그들과 그와 정반대 스타일인 나를 비교할 때면 괜스레 위축됨을 느꼈 거기다 그들과 비교하는 주변 어른들의 말을 들을 때면 나의 마음속의 보이지 않는 상처는 커져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직 예뻐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건 어른들이 흔히 하는 그 말 때문이었다.




"대학 가면 살도 빠지고 다 예뻐져."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나는 순진하게도 아무런 준비없이 대학에 갔고 그곳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말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내가 대학시절을 기점으로 외모에 대한 격지심이 생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스무 살이었던 그때, 나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어느 동아리에 가입했었는데 그 동아리에 있던 남자 선배들이 나를 비롯한 여자 회원들의 외모점수 매겼다는 사실을 우연찮게 알게 되었다.


지금 같았다면 성희롱이라 따지들었겠지만 십 년도 넘은 그 시절의 나에게는 그런 용기보다는 그렇게 매겨진 그들의 평가결과가 더 게 다가왔다.



겉으로 그들이 외모로 인해 나를 차별하거나 그렇다고 나에게 무언가 자존심 상하는 발언을 한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생기게 된 나의 자격지심은 대학시절의 많은 순간들에 발목을 잡았다.


소개팅에서 애프터를 못 받은 것도 다 그것 때문인 것 같았고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내가 잘 적응하지 못한 것도 다 그것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다이어트라는 것도 감행하며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었지만 상해버린 자존감을 회복하는 건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이 조금 덜해지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언젠가는 극복해야 할 영원한 숙제처럼 나에게 남아있었다.


나는 솔직히 옷에도 화장품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털털함 그 자체의 스타일인데도 괜스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늘 느꼈다.



꾸미는것도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꾸준히 필요하지도 않은 옷을 샀고 여전히 몸매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나를 책망했다.


이미 나의 몸과 행동은 반포기의 상태이면서도 마음과 머리만큼은 그런 자격지심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불편하고도 애매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렇게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괜찮아질거라 생각했었는데,


아니 어쩜 아줌마라는 이름뒤로 외모에 대한 자격지심이 조금은 숨겨질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줌마가 된 지금도 아직 나는 예쁘지 않다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을 내려 놓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어제와 같은 남편의 장난스러운 놀림에도 쿨하게 넘어가지 못하고 있고 아이를 낳고 달라진 몸매와 이제는 진정 나이듦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아름다움을 찾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러지 못해서 마음이 계속 불편하다.



어쩜 예쁜데도 일잘하는 직원이라는 칭찬을 받고 싶었던 나의 이십대의 욕구와 아이 엄마임에도 여전히 아름답다는 나의 삼십대의 욕망에서 내가 아직 벗어나지 못한탓은 아닐까?



두가지 욕구 모두 나의 주관적인 시선이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프레임인데 나는 여전히 남들 눈을 무던히도 신경쓰며 사는 그런  사람인가보다.


이제는 한번 예쁘지 않은 여자라는 스무살때의 자격지심을 벗어나 나의 진정한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다는 지금의 자격지심을 가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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