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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Jul 11. 2019

인과응보, 그 말의 의미

딸아이를 봐주시는 엄마가 저녁을 먹는 나를 향해 불쑥 을 꺼내신다.


"오늘 너랑 영원이랑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솔직히 우리 딸은 나보다는 아빠인 남편을 많이 닮은 편이다.


쌍꺼풀이 없는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 거기에 더위를 잘 타는 체질까지 누가 봐도 아빠 판박이라고 할 만큼 남편을 빼다 박았는데 누가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닮았다고 하는 것일까?


누가봐도 둘은 판박이처럼 닮았다


 궁금 마음에 엄마의 듣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의외의 인물이 마의 입에서 흘러다.


"너 동창 중에 은경이라는 친구 있?

오늘 걔네 엄마를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너를 기억하더라.

그러면서 영원이가 너를 닮아서 참 예쁘다고 칭찬을 하시는데..."


이야기인 즉, 어린이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벤치에 앉아 딸아이와 함께 우유를 마시고 계시는데 단지 내를 산책하시던 어떤 분이 아이를 보고 다가딸아의 나이와 이름을 묻다가 우연히 엄마인 내 이름까지 듣게 되셨단다.


그러다 흔하디 흔내 이름에서 자신의 딸이 친했던 친구가 여기 아파트 꼭대기층에 산다는 얘기를  떠올리시며 이야기를 맞춰나가다 보니 중고등학교 시절 나와 단짝이었던 은경이의 어머님이셨단다.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상황에 한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살았던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얗고 예쁜 얼굴에 야리야리한 몸매가졌던 은경이는 성격이 털털하고 배려심이 많아서 인기가 참 많은 친구였다.


특히 별거 없는 나에게도 참으로 잘해주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우체부 소속이었는데 은경이는 내가 담당하는 교내 우체통에 몰래 자신이 쓴 편지랑 간식을 넣어놓곤 했었다.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나는 늘 은경이의 예쁜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했었는데 어느새 일찍 시집을 가 자주 연락도 못하고 사는 그녀가 나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고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어머니께 나의 얘기를 좋게 해 주었다니, 별거 아닌 것임에도 괜스레 고맙게 느껴졌다.


"세상이 참 좁아. 그래서 착하게 살아야 하나 봐."


엄마그런 우연이 참 신기하다고 하시면서 역시 사람은 나쁜 짓은 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투 대리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김대리와 가끔 윗사람들의 험담을 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말들 중에 하나가 바로 인과응보라는 사자성어였다.


회사 내에서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직원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인과응보,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말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자주 갖곤 했었다.


그렇게 아등바등 몸부림치며 다른 사람들의 상처나 어려움 따위는 모른척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회사 내에서는 더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하지 못하는 내가 더 바보같이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푸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내가 존경하는 주변 분들은 그런 말씀을 하곤 하셨다.


"뿌린 대로 거두는 거야. 지금 당장은 안 보이는 것 같아도 자신이 뿌린 거 결국은 자식대에서라도 다 받게 돼있어."


물론 그 말이 과연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얘기인지는 내가 확인할 길이 지만 설사 확인하게 된다 해도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과응보, 뿌린 대로 거둔다는 그 말이 영원한 삶의 진리이길 바라는 건 아마도 그런 말을 마음속 새기며 나쁘게 살고 싶지는 않은 나의 바람 때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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