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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Oct 23. 2019

울 엄마의 육아

아이 때문이라는 핑계

주말부터 오락가락하던 아이의 열이 월요일 아침이 되어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는 열패치를 이마 위에 덕지덕지 붙인 채로 얼굴이 벌겋게 돼서는 기운이 없는지 거실 매트 바닥에 엎드려 멍하니 누워있기만 했다.


아이가 아프니 마음에서는 갈등이 일어났다.

지금이라도 사정을 얘기하고 휴가를 낼 것인가 아님 그냥 평소처럼 엄마를 믿고 출근을 할 것인가


바로 코앞에 있는 회사였음에도 마음속에서는 수십 번의 할까 말까에 대한 생각들이 오고 갔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서
 일이나 해."


출근 준비를 다 하고도 축 처진 딸아이를 안고있는 나를 보며 엄마가 내 마음을 읽으신 것처럼 말씀하셨다.



"그래도.. 엄마가 힘들 텐데.."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아이 때문이기도 지만 한편으로는 하루 종일 아이와 실랑이를 할 엄마 때문이기도 했다.


"괜찮으니까 넌 얼른 가서 할 일이나 해."


엄마의 대답에 결국 나는 슬금슬금 몸을 일으켰다.


아직 남은 연차도 충분하고 양해를 구하려면 구할 수도 있겠지만 팀이 워낙 소수인지라 내가 갑자기 휴가를 내면 한 명뿐인 후배가 내 일을 대신하느라 본인의 일정에 변동이 생겨야만 했다.


아무리 밉상(?)인 후배더라도 요즘 본인 업무에 치여 매일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데 무턱대고 휴가를 내긴 미안했다. 


래서 결국 엄마의 얘기대로 나는 출근을 했다.


그러나 출근을 해서도 아이와 함께 엄마에 대한 걱정이 떠나질 않다.

열 때문에 가뜩이나 칭얼거림이 심 아이를 안고 달래느라 힘드실 엄마 생각과 돌 무렵 몇 번이나 열경련을 했던 딸아이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몇 번이나 휴대전화 통화버튼이 눌러졌다.


"걱정 마. 잘 놀고 있으니까."


엄마는 별거 아니라는 듯 몇 번이나 나를 안심시키셨다.


내 욕심 때문에 나의 필요 때문에 아이를 엄마에게 맡기고 출근을 할 때마다 맡길 수 있는 엄마가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런 엄마 덕분에 필요에 따라 야근도 할 수 있었고 때로는 회식이나 친구를 만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아이 때문 에라는 핑계를 회사에도 대지 않을 수 있었다.


"엄마는 네가 회사에 애 때문에 싫은 소리 듣는 거 싫어
 내가 힘닿는 데까지 애는 봐줄 테니까 애 때문에 못하겠다는 말 같은 거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마음 편히 일해."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하면서부터 매번 아이를 맡기고 돌아설 때마다 엄마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런 엄마의 배려 덕분이었는지 이제까지 난 회사에 아이 때문에 안돼요 라는 핑계를 대본적이 없다.


그렇지만 내 인생에서는 아이 때문에..라는 핑계를 댄 적이 많다.


아이 때문에 쉬지 못하고

아이 때문에 하지 못하고

아이 때문에 만나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며 가끔은 내가 해야 할 일들 요리조리 피하거나 미뤄왔었다.


물론 핑계가 아니었을 때도 있었다.

정말 아이를 돌보느라 못하는 상황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아이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면될수록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늘어났고 한 아이의 엄마라는 나의 역할이 버겁게만 느껴졌다.


결국 핑계는 다 내 마음에서 지어낸 것이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때는 아이가 핑계의 이유가 되기도 어떤 때는 아니기도 했으니까.



퇴근길 발걸음을 서둘러 집에 도착하자 아이가 아침보다  편안해진 얼굴로 나를 부르며 달려 나온다.


그 뒤에는 하루 종일 고생했을 엄마가 편안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신다.


"아이 때문에 힘들지 않았어요?"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에 물어보자 엄마가 오늘도 별거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대답하신다.


"힘들긴 뭐.

오늘도 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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