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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Feb 03. 2020

엄마, 등 긁어줘

"엄마 등 줘."


어느 순간부터 등 긁어 달라는 딸아이의 요구가 늘어났다.

겨울이면 특히 피부가 건조해지는 딸아이는 가끔 몸이 간지러운지 옷이 닿는 등이나 엉덩이 주변을 긁적거리고는 했는데 작은 손으로 혼자서 긁적거리다가 내가 긁어주니 시원했는지 그때부터 툭하면 등을 긁어달라고 했다.


"피부가 많이 건조해졌나?!

아님 없던 아토피가 생긴 건가."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괜스레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던 나는 그때부터 아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때 아이는 안아달라고 할때마다 나의 옷자락을 잡았다


하루에 대여섯 번

아이가 나에게 등을 긁어달라고 할 때마다 나는 아이의 여린 피부가 상할까 싶어 조심스레 약하게 등을 긁어줬는데 아이는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간지러운 데가 시원해지니 기분이 좋아서 나는 웃음인가 했는데 좀 더 자세히 아이를 관찰하다 보니 왠지 등을 긁어달라는 것이 정말 등이 간지러워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간지럽히는 것에 가까운 손놀림에도 아이는 기분이 좋은지 한참 동안이나 자신의 등을 나에게 맡긴 채 그 순간을 즐기는 듯 보였다.


그런 아이를 본 순간 나에게도 떠오르는 기억 하나 있었다.







어릴 적 나는  파는 것을 좋아했었다.


무언가 파고 나면 귀가 뻥 뚫린 것만 같은(?) 시원한 느낌이 좋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도 더 좋았던 건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 뭔가 온전히 엄마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따뜻한 엄마의 품으로 파고들어가 무릎을 베고 눕다 보면 그냥 뭔가 모르는 따스함에 힐링이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 귀지를 인위적으로 파내는 것이 건강상으로는 그리 좋은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귀지를 파달라고 하는 일이 드물어졌지만 그래도 그때의 느낌을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 기억에 기대어 본다면 어쩜 우리 딸아이도 내가 등을 긁어주는 동안 느껴지는 엄마의 품 안이 좋아서 자꾸 그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식한테 엄마만큼 좋은 게 어딨어?!"


나의 외할머니께서는 딸자식들을 졸졸 쫒다니는 손주들을 볼 때마다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자식한테 엄마의 품과 사랑만큼 좋은 게 어딨겠냐며 그거 못 느끼고 사는 사람만큼 불쌍한 사람은 없다 하셨다.


"엄마 등 긁어줘."


또다시 반복될 딸아이의 요구에 무심히 등을 긁어주는 것 대신 한번 더 꼬옥 품에 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순간순간 느낀 엄마의 따스한 온기와 사랑이 오랫동안 아이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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