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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Nov 10. 2019

네 거 아니 내 거 같은 휴가

휴가를 냈다.

연말이 다 되어가면서 남은 휴가를 빨리 소진하라는 회사의 방침 때문이기도 했지만 몇 달 동안 계속되었던 통증을 더는 참을 수 없어 치료자 요 몇 주간 일주일에 한 번씩 휴가를 내었다.


휴가날 아침, 평소처럼 일어나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이를 준비시켜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면 어느새 열 시가 다 되었다.

그제야 허리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다녀오면 금세 오전 시간을 훌쩍 넘버렸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아침 바삐 나가느라 엉망이 되버린 집안을 대충 정리하고 나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버렸고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책을 보거나 글을 쓰고 나면 또다시 아이를 데려올 시간이 되어버렸다.


분명 휴가를 낸 건 맞는데 이상하게 휴가라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저 출퇴근 시간만이 없을 뿐 시간마다 해야 할 일들이 정해져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번 주 나는 또 휴가를 냈다.


그렇지만 이번 휴가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휴가를 만들기 위해 다 가족들에게는 휴가라는 사실을 비밀 부치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아침 저녁 아이를 등 하원 시켜주시는 친정엄마께는 죄송한 마음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완전히 내 것 같은 휴가를 보내 싶었다.


그래서 평소 출근하는 것처럼 아이와 엄마에게 회사 다녀오겠다고 얘기하고는 출근길 나섰다.

그리고는 제일 먼저 오전 9시에 예약해놓은 병원 진료를 시작으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카페에 앉아 밀린 글들도 쓰고 읽다 멈추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 책도 읽었다.

그리고 후배를 만나 맛집이라는 베트남 음식점에 가서 여유롭게 점심도 먹고 열심히 수다도 떨었다.


그러고도 시간이 자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려 읽고 많은 사람들 속에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도 맘껏 읽었다.

렇게 맘껏 하고 나니 어느새 평소와 같은 퇴근시간아와 버렸다.


평소처럼 어둑어둑한 밤거리를 걸어 집으로 향하자 오늘 하루 미루고 참고 있었던 아이와 엄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몰려들었다.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동안 왠지 모르게 허전하기만 했많은 구멍들이 채워진 듯 뿌듯졌다.


"다녀왔습니다."

라는 나의 인사에 아이와 친정엄마의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분명 오늘도 평소와 같은 평범한 하루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오랜만에 느낀 진짜 내 거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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