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분위기상 다 참석하는 것만 같은 느낌에 가기 싫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 채 팀원들과 함께 회식장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냥 열심히 고기만 먹었다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과 김치가 불판 위에서 익어가자 자연스럽게 앞에 놓인 잔이 채워졌다.
이런저런 농담들이 오고 가고 조금 늦게 도착한 이사장님의 개미목소리만 한 건배사가 지나가자 회식이 막바지를 향해갔다.
"최대리 얼굴이 진짜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어. 예전 총무부에 있었을 때는 얼굴이 진짜 어두웠었는데.."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다른 팀의 팀장님이 입사 초기의 찌질했던 내 모습이 생각나셨는지 얘기를 먼저 꺼내셨다.
"그때는 신입이기도 했었고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어요."
나는 팀장님께 그때 못한 심경고백을 하며 웃어 보이자 그분이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보태신다.
"그렇지. 최대리는 참 열심히 해. 나랑 같이 일했을 때도 그랬고 그때 총무부에 있을 때도 보면 일이 진짜 많았는데도 다 해냈어. 그렇지? 근데 최대리 너무 열심히 하지 마. 최대리는 열심히만 하고 넘 일한 티를 안 내. 최대리도 좀 본인이 열심히 하는 거에 대해서 티를 좀 낼 필요가 있어."
그분의 조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열심히 한다는 칭찬의 의미인 건지 열심히는 하는데 일한 티는 안 난다는 역설적인 표현의 질책인 건지그분이 따라준 술을 한잔 입안으로 넘기는와중에도 계속해서 그 얘기가 곱씹어졌다.
또 인사의 시기가 왔다.
아마 그분이 꺼낸 그 얘기도 승진인사의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에 꺼내신 얘기 셨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몇 해 전부터 인사예고제라는 정책의 일환으로 미리 인사의 시기와 승진자의 수를 문서로 고지를 하고 있는데 김대리는 그 인사예고에서 쓰인 단어들에 비위가 상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사실 나는 그 문서를 자세히 읽지를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