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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Mar 29. 2020

아슬아슬한 직장생활 중입니다

몇 번의 뒤 척임 끝에 이른 새벽,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건 진동으로 맞춰놓은 알람 때문도 아이의 뒤척거림 때문도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피곤에 절어 금세 잠에 빠져들면서도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이른 새벽 몇 번이나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깨어 불빛이 새어 나오는 휴대전화를 최대한 손으로 감싸고 시간을 확인하면 여지없이 새벽 1시, 새벽 3시, 새벽 5시 즈음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 간격으로 서너 번을 깬 나는 발로 차 버린 아이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거나 곤히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쓸어내린 후 새벽 5시가 넘은 시간, 진동알람이 울릴 때쯤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잠에서 깼다.


조용히 몸을 일으켜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긴 후 올해 초 시작한 자격증 강의를 듣다 보면 남편과 아이가 일어났다.


렇게 나의 출근 준비가 시작되었다.





잠을 이렇게나 여러 번 깨는 건 나도 어쩌지 못하는 마음속의 안 때문이었다.


승진 누락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는지 아님 그제야 보인 나의 현실 때문이었는지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뭐라도 해야한다는 강박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 중에도 주말 연휴 늘어지게 누워 티브이를 보는 와중에도 마음속에서는 이러고 있음 안된다는 마음의 압박이 자꾸만 떠오르기 시작했다.


런 압박감을 누르며 공부도 집안일도 육아도 분명 예전보다는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잠에 들고 깨는 순간 후회와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아까 티브이를 보는 대신 경제기사를 좀 읽어볼걸..'

'이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텐데 더 열심히 할걸..'



그런 후회와 두려움에 잠이 들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곤한 와중에도 새벽 내내 잠을 깼다 들었다를 반복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도 순간순간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밀려드는 일이 많은 것도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 때문만도 아니었다.

이런 상황들은 일 년에 한두 번씩 십여 년 가까이 이 업무를 해내면서 겪어오는 일들이었다.


어쩌면 지금은 예전보다는 상황이 좋은 편에 속했다.

비교적 좋은 팀원들에 걸어서 오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집에서 인접한 사무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때로는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바쁘게 일을 처리하는 중에도 득문득 나도 모르는 답답함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잘하고 싶지 않아.

열심히 해서 뭐하지?'


끊임없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이러한 질문들은 업무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회사 사람들을 향해 자꾸만 보이지 않는 선을 긋게 만들었다.



'십일 년 전, 취업준비를 할 때를 떠올리자.'

'지금 마이너스 통장에 잔액이 얼마더라?'


마음이 계속해서 흔들릴 때면 오래전 취업준비를 하던 순간 답답함 들을 떠올리거나 얼마 전 새로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을 들여다보며 이걸 다 갚을 때까지는 견뎌보자며 나를 다여보지만 아직 많이 남은 내 삶의 전체를 생각했을 때 과연 무엇이 옳은 선택이 될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슬아슬


한 번만 삐끗하면 줄 밑으로 굴러 떨어져 버리는 외줄 타기처럼 조금만 이성이 흔들리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위태로운 말들이 다시 한번 주워 담을 없이 쏟아져 버릴지도 모르는 그런 아슬아슬한 회사생활을 나는 요즘 하고 있다.


그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 같은 시절,  월급 걱정 없이 일할수 있는 현실에 감사해야 하는 것도 맞고 적성 행복 즐거움 이런 것을 회사 내에서 다 따지며 살기에는 현실이라는 존재가 그리 호락호락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마음속에 답답함을 품은 아슬아슬한 회사생활이 다시 그 위태로움을 딛고 평온함을 찾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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