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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Apr 23. 2020

어쩜.. 잘났다는 소릴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 내가 나에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심경고백


요즘,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과 실랑이를 하면서 그동안 내가 나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 들에 대해  깨닫게 된다.


사람이 극한으로 몰렸을 때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난다는 얘기처럼, (물론 지금극한으로 몰린 시기라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매년 연중행사처럼 많은 업무들이 몰리는 시기가 되면 나 또한 스스로 꼭꼭 감추려고 애써왔던 본성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는 듯하다.



그중 하나가 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을 대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향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회사 내에서 말이 통하는 김대리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하던데 난 낯선 사람에 대해서는 무조건 경계하고 낯설어하는 경향이 많은 사람이다.


다행히 십 년이 넘는 회사생활 동안 사람들과의 대면이 필수인 지금의 업무를 하게 되면서 맘에 없는 말 한두 마디 정도는 낯선 사람들에게도 능글맞게 붙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을 만나고 대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된다.


그런탓인지 우스운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요즘은 한 달 정도만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으로 가서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절대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의 날카로움과 함께 입 밖으로 들고 나는 말들의 피로함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 이런 나의 생각 더욱더 간절한 바람으로 커져가고 있다.







다음으로 내가 느낀 또 다른 나의 본성은 나는 생각만큼 조직생활에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맨 처음 취업을 했던 전 직장을 통틀어 이런저런 조생활을 12년이 넘게 해 오는 동안 나는 내가 그 누구보다도 조직에 적합한 조직형 인간이라고 생각해왔었다.


그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고 위의 지시에 비교적 순응하며 조직 내에서 특별히 튀는 것도 피해를 입히는 것도 극도로 싫어하는..  그래서 어떻게 서든 맡은 일에 대해서큼은 꾸역꾸역 책임감을 발휘하며 살아왔기에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업보다는 회사와 같은 일반적인 조직생활, 거기에서 사기업보다는 공기업이나 공무원같이 위계질서가 확실한 조직이 나에게 더 맞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창 시절 잠시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기도 했고 결국 사기업을 퇴사하고 공기업의 성격을 뛴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나에 대하여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평소에는 순응적이고 얌전한 편인 나도 나만 몰랐던 꽉 막힌 똥고집이 있고 말을 잘 듣다가도 한번 수가 틀리기  시작하면 반항심리가 마구 터져 나온다는 것이었다.


똥꼬집중에 제일이라는 최 씨 고집의 속성 타고난 것인지  나도 타고나길 최 씨 고집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었다.


거기다 남편의 말처럼 나랑 친한 사람들은 다 기가  스타일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그들을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했던 건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겉으로 강한 포스를 뿜 뿜 뿜어내는 그들과는 달리 나는 그저 겉으로는 조용하고 무심한 스타일로 포장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제일 크게 느낀 나의 본성은 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매우 큰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인정의 대상이 회사가 되었던 부모님이 되었던 아님 나를 잘 모르는 타인이었든 나는 언제나 잘한다, 잘하고 있다,

잘났다 라는 평가를 받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회사에 더 화가 나고 그동안 잘 숨기고 있던 삐딱한 반항심이 점점 더 수면 위로 드러나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대리 그냥 지금처럼 편하게 다니면 안 될까?"


첫 직장에서 여러 가지 이유들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얘기를 꺼내었을 때 마지막으로 점심을 사주셨던 차장님께서 나를 붙잡으며 하셨던 말다.


퇴사일을 정하고 나의 책임으로 정해져 있일들이 하나둘씩 줄어들면서 나의 표정이 급격히 편해지자 차장님께서는 지나친 책임감과 부담감을 모두 내려놓고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좀 더 버텨보라는 제안이자 충고였다.


결국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차장님의 제안을 뿌리쳤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 차장님께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내려놓으라는 조언 대신 일하는 동안 잘한다 잘하고 있다는 말로 좀 더 토닥여주셨다면 어쩜 더 오래 버텼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는 지금 무진장 애를 쓰고 있다.


요즘의 나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이 표현이 제일 적합한 것 같다.


쉬는 시간을 쪼개어 브런치에 글을 남기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 공부를 역꾸역 해나가고 있는 것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에 화가 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회사가 먼저 너희에게 예의 없게 한 거잖아."



오늘 아침, 월요병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되지 않는 답답함이 또다시 찾아온 나에게 김대리가 자기랑 친한 대학 선배가 한 대화라며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괜스레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잘해보려고 잘 좀 살아보려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잘나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는 내가 무조건 잘못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오늘도 힘을 내어 애를 써보기로 한다.

내 삶을 예의 있게 살 아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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