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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Apr 11. 2020

서서히 엄마를 닮아가고 있었다

아이가 잠이 드는 시간과 내가 잠이 드는 시간이 거의 엇비슷해지는 요즘, 가끔 잠에 뒤척이다가 곤히 잠이 들어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이불을 발로 힘차게 차고는 그 어느 때의 모습보다도 천사 같은 모습으로 자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괜스레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곤 한다.


특히 팔다리를 잔뜩 움츠리고 자는 아이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그런 아이의 팔과 다리를 손으로 쭉쭉 펴주며 마사지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어린 시절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키가 작은 편이었는데 잠을 잘 때면 자연스럽게 몸을 움츠리고 잘 때가 많은 편이었다.


그럴 때면 이른 아침 화장실에 들르러 나온 엄마께서는 내 다리를 쭉쭉 펴주시며 마사지를 해주시곤 하셨다.


"네가 그렇게 키가 안 클 줄은 몰랐지."


평균보다 키가 큰 오빠와는 달리 평균보다 키가 작은 를 보며 엄마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신지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곤 하신다.


분명 오빠보다 덜 먹인 것도 무언가를 덜 시킨 것도 아니었을 텐데 비교적 편식을 덜하고 잠이 많은 편이었던 오빠와는 달리 군것질을 좋아하고 잠도 없었던 내가 후천적으로는 키가 작아질 요인이 당연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여전히 그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 것처럼 여전히 미안한 표정이시다. 


사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다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성장판이 닫히고도 남을 나이인데도 늘 허리를 꽂이 세우고 다니라는 엄마의 잔소리와 키가 줄어든다며 무거운 물건도 본인이 대신 들겠다는 엄마의 과한 배려 그때는 괜한 오버라고 생각하곤 했었다.


특히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있던 순간에도 시어머님과의 상견례 자리를 앞두고 있던 순간에도 내 작은 키가 혹여나 약점으로 잡힐까 봐 걱정하시는 엄마의 태도 화가 난적도 많았다.


그러나 막상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걱정이 늘어가는 나를 발견하고 나니 그때의 엄마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네가 키가 좀 작은 거 빼고는 다 괜찮지.

얼굴도 그만하면 이쁘고 직장도 괜찮고 똑똑하고.."


"엄마, 이왕이면 키가 작은 거 빼고라는 말  좀 빼주지.

작은 게 어때서."


엄마의 얘기에 이제는 웃으며 이렇게 토를 달아 보지만

솔직히 나도 우리 딸이 이왕이면 평균보다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평균보다 키가 큰 남편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영원아 골고루 먹어야지 그래야 키가 쑥쑥 크지.

영원아 일찍 자야지 그래야 키가 쑥쑥 크지.

영원이 키 크는 영양제라도 챙겨 먹여 볼까 봐."


어느새 엄마가 했던 잔소리와 고민딸아이와 남편에게 늘어놓고 있는 나를 보며 삼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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