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섞지 않고 다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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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면 길다고 믿었던 병가와 육아휴직이 작년으로 끝이나고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익숙한 건물, 거기에 휴직전 부서로 다시 발령이 났으니 익숙할만도 한데 거의 한달가까이 출근을 한 나는 아직도 어리버리한 상태로 비틀거리며 꼬불꼬불한 미로속을 헤매는듯 하다.
"20년가까이 회사를 다니면서 아직도 모르는 업무가 있어?!"
새로 복직을 하고 해보지 않은 일을 맡아 정신이 없다는 나의 얘기에 남편이 놀라며 반색한다.
"그러네. 휴직한 기간을 빼도 어언 15년가까이를 다니는데..
어쩜 이렇게 매번 새로운 느낌이지."
회사의 기본 사업방향이 바뀐것은 아니었지만 팽창하는 조직에 맞게 부서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업무들이 생기기도 하고 익숙하게 하던 업무들을 벗어나 듣기만 했던 업무들을 맡는 일이 늘어나니 어쩔수가 없나보다.
눈이 떠지지 않는 아침마다 남편이 나를 깨우고 우린 나란히 출근길에 나선다.
함께 출근해서 너무 좋다는 남편의 웃는 입가를 찢어버리고 싶을만큼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에 나서는것이 힘들지만
다시 출근을 시작한 순간부터 나름 스스로 결심한것이 있다.
절대 출근에 감정을 섞지 말자.
넘 싫다. 짜증난다. 가기싫다. 지겹다. 도망가고 싶다 등등
온갖 감정들을 절대 출근길에 떠오르지도 생각하지도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다짐한다.
그냥 버튼을 누르면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로봇이나 기계처럼 아침이 시작되면 버튼이 눌린것마냥 준비를 하고 또 다시 출근길을 나서는거다.
그리고 또한가지.
퇴근길에도 절대 회사에서 느낀 감정을 담고 오지 말자.
속상한 일이 있든 자괴감이 들든
집으로 오는 지하철을 타는순간 그 모든 감정과 생각들을 지하철 문밖에 버리고 오자.
그렇게 스스로 다짐했던 규칙들을 잘 지키고 있는가를 이제 복직한달을 채워가는 지금 생각해보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것 같다.
예전보다는 회사 생각으로 가슴이 답답해질만큼 끙끙거리지 않는걸보면 나름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히 마음이 편한상태로 쉬지못하는걸 보면 아직 100프로 성공은 아닌것 같다.
복직후 한달을 버텼다.
버텼다는 말을 쓰고 싶은건 아직 회사에 대한 독소같은 묵은 감정들이 잘 정리되지 않았기에 시간을 잘보냈다는 말을 쓸수 없기 때문이다.
한달을 버티면 또다시 3개월을 버틸수 있고 3개월을 버티면 다시 1년을 버틸수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보면 회사의 문을 영영 나서는 그 순간.
버텼다는 말대신 잘 지냈다는 말을 쓸수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는 스스로의 감정억제 버튼을 누르면서까지 노력하지 않아도 회사에서의 시간과 나의 개인적인 시간에서의 감정이 잘 구분되어 더이상 이런 스스로의 규칙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좀 더 편한 상태의 내가 되길 바라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