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한 여행

by 최대리

두 번째 여행이다.


아이를 떼어놓고서 나 혼자서 떠나는 두 번째 여행


결혼 전까지 나는 여행을 매우 즐기는 여행러까지는 아니더라도 일 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을 즐기는 소소한 여행자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했던 여행들 중에 100프로 맘 편히 다녀온 여행은 없었던 것 같다.


취업을 하고 내가 번 돈으로 당당히 휴가를 내서 가는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 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날 때마다 번번이 해외여행 한번 다녀오시지 못한 부모님이 눈에 밟혔다.


막상 제가 모시고 갈게요 라는 말은 못 하면서도 딸로서 나만 이렇게 놀러 다녀도 되나 싶어 놀러 갈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로 집을 나서곤 했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난 지금.

이런 나만의 여행이 더 마음 불편해질 만한 이유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청도에서 인상깊었던 곳


아이가 태어났고 나의 파트너인 남편이 생겼다.

즉 아이를 두고 간다는 건 누군가는 아이를 봐줘야 가능한 것이었고 그 역할이 나의 남편에게 주어지거나 부모님에게 주어졌으니 그들에게 늘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가뜩이나 엄마에 대한 애정과 존재감을 점점 더 크게 느끼기 시작한 아이가 혹시 내가 없는 며칠 동안 지나치게 칭얼되거나 힘들어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여행 내내 로밍도 하지 않은 휴대폰을 들고는 틈틈이 울리지도 않는 휴대전화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러나 그건 나의 과한 걱정이었다.

아이는 가끔 나를 찾긴 했지만 늘 그랬듯 아빠와 잘 자고 잘 먹으며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내가 가슴을 쓸어내릴만한 급한일 따위는 애초부터 생기지 않았다.


비오고 날씨도 추웠지만 즐거웠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낸 건.

거기다 마음이 맞는 회사 후배와 며칠 밤을 함께 지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를 원 없이 할 수 있었던 건 그 무엇보다도 더 값진 일이었다.


어쩜 그 후배의 넋두리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만큼 가져가야 하는 걱정의 양이 많을 뿐 그들은 내가 아니어도 잘 지낼 수 있고, 내가 늘 미안해하는 부모님 또한 본인들보다 더 즐겁게 사는 내 모습을 바라셨던 게 아닐까



가족이랑 여행을 가면 더럽게 재미없는데
그래도 마음은 제일 편해.



얼마 전 보았던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 씨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다음에는 더럽게 재미없어도 마음만은 제일 편한 가족과의 여행도 한번 가볼까 생각 중이다.


물론 마음은 더럽게 불편하지만 재미는 있는 이런 나만의 여행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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