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왔다

- 거울도 안 보는 여자

by 최대리

아이 어린이집 상담을 핑계로 하루 휴가를 냈다.


솔직히 그냥 하루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아침, 뭘 할까를 고민하다 문득 미용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미용실 가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미용실에서 풍겨져 나오는 약품 냄새도 불편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몇 시간을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도 힘들어한다


그래도 결혼 전에는 1년에 2~3번 정도는 가서 머리를 손질하고는 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어느새 일 년에 한 번 큰 맘을 먹고 가야 하는 연중행사가 되어 버렸다.



드디어 아침 열 시.

미용실 문이 열리는 시간이 되자 나는 서둘러 동네 아파트 상가에 있는 미용실로 향했다.


지나다니며 자주 보았던 곳이었는데 나쁘지 않은 가격 수준에 솜씨도 나쁘지 않다는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던 곳이기도 했다.


어떻게 해줄까요 라고 묻는 미용실 헤어 디자이너의 말에 나는 그저 알아서 예쁘게 해 주세요 라고 대답한다.


어쩜 나같이 디테일한 요구사항이 없는 손님은 헤어 디자이너에게 제일 어려울 수도 쉬울 수도 있는 애매한 손님일 것이다.


미용실에 가면 예쁘게 해달라는 말밖에는 생각이 안난다.


길어진 머리를 적당한 길이로 가볍게 자르고 파마약을 머리 전체에 바른 후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기계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거울을 봤다.


거울 속에는 얼굴 곳곳에 잡티가 드러나고 다크서클이 내려온 활기를 잃은 삼십 대의 여자 한 명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앉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나는 의도적으로 거울을 자주 보지 않기 시작했다.


출근이나 외출 준비를 하면서 거울 한번 안 볼 수는 없는 일이었겠지만 나는 거울을 보는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사람처럼 준비가 다 끝난 마지막 순간에만 거울을 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791761_S.jpg 거울을 본다는건 때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나에게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화장으로도 잘 가려지지 않는 잡티 어린 얼굴이 자신 없었고 옷으로도 삐져나오는 살들이 나의 나태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서 피하고 싶었다.


어쩜 그래서 미용실에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 미용실 안에서는 앉아있는 모든 순간을 거울과 함께 해야 하니깐.


그렇게 세 시간 가까운 시간을 미용실에 앉아 휴대폰과 거울 속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 덕분에 새로운 머리스타일을 한 나를 만났다.


전보다 짧아진 머리, 무언가 달라진 스타일이 어색한 듯 한참 동안 거울 속에 있는 나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잘 어울려요. 훨씬 활기 있어 보이고 좋네."



헤어디자이너의 입바른 칭찬이 오늘따라 듣기 좋은 건 활기 있어 보인다는 그녀의 말이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내 머리스타일이 바뀌었다는 걸 남의 편인 남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머리를 핑계로 자꾸만 거울을 보게 되는 건 꽤 기분 좋은 변화인 듯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