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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Apr 03. 2019

구질구질합니다

- 미치도록 욕이 하고 싶었다

일이 너무 많아 바쁜 요즘 사무실에 들어서면

화장실에 갈틈도 없이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남편에게 우스갯소리로 화장실에 가야 되는 것도 참으면서 일을 했다고 얘기하니 남편이 그렇게 화장실도 못 가는 회사면 때려치우라고 한다.


그렇게 일분일초가 바쁘게 지나가는 요즘

오늘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본사에 갈 일이 생겨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고작 윗분의 도장 한번 받는 일인데 가는데 한 시간 오는데 거의 한 시간이니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떠올라 괜스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짜증이 난 상태로 운전을 하는데 예상보다 차가 밀리는 탓에 도착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순간 차를 버리고 뛰어가고 싶었다


결국 나도 모르게 분노가 폭발해 차 안에서 소리를 질러버렸다.


소리를 지르며 분노하는 순간 내가 입고 있었던 점퍼의 소매가 눈에 들어왔다.

그 소매에는 언제 묻었는지도 모르는 하얀 자국들이 가득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요즘의 내가 그리고 지금의 이런 상황들이 너무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막 욕이 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있는 힘껏 아는 욕들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순간 생각나는 욕은 겨우 제길, 18  

요 정도의 심플한 욕들뿐이었다.

욕쟁이 할머니처럼 시원하게 뿜고 싶었다


오랜 기간 욕을 참으면서 살아온 탓인지 마음은 욕쟁이 할머니가 된 것처럼 시원하게 쏟아내고 싶었지만 현실은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허무하기만 했다.


순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쉬운 욕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그동안 도대체 얼마나 참고 살았길래 중학생들도 잘한다는 욕하나 제대로 못하는 건가 싶었다.


나는 여전히 요즘의 내가 참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한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채 계속 참고만 있는 내가 때로는 대단하면서도 참 답답하다.


언제쯤 시원한 냉수 물을 마신 듯 속이 시원해질까?!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오늘도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고된 직장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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