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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리 Apr 02. 2019

애쓰지 마세요

-단순해지고 싶었다

올해로 직장생활 10년 차.


이전에 크고 작은 인턴경험과 첫회사에서의 6개월간의 경험까지 더해 넣는다면 약 12년 가까운 시간을 나는 직장이라는 조직생활 속에서 지내왔었다.


솔직히 난 내가 조직과 아주 궁합이 잘 맞는 조직형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다.


비교적 말이 적고 과묵했고 튀는 옷차림과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맡겨진 일에 대해서 티가 날만큼의 불만을 제기하거나 누군가와 얼굴을 붉힐 만큼 싸운 적도 없었다.


그렇지만 사람은 변하고 궁합 좋은 부부도 세월의 흐름 앞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는 탓일까


나의 마음은 점점 예전과 같지 않고  나도 더 이상 조직형 인간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예전에는 일이 많아도 무조건 해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누군가 시간을 정해준 것도 아닌데 무조건 윗사람들이 정해놓은 기한안에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야근이라는 걸 밥먹듯이 했고 가끔 보너스로 휴일에도 회사에 나와 못한 일을 마무리하곤 했었다.


어쩌다 뭔가 잘 안 풀리는 일이라도 생기면 그 일에 대한 걱정과 생각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고 휴일 내내 무거운 짐을 얹어놓은 듯 제대로 쉬지 못한 날도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니 이렇게 십 년 가까운 직장생활을 하고 나서야 그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를 깨달았다.



나도 예전에는 일이 좀 힘들어도 악으로 깡으로
밀어붙였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 졌어.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아프고 힘들어





영어강사만 십 년 가까이 해온 친구가 갑상선암이라는 병을 얻고 난 후  내게 했던 말이었다.


 계속 애쓰며 열심히 열심히만을 외치기에는 나도 그 친구도 많이 지쳐있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회사도 우리의 상사도 계속 우리가 그렇게 일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렇게 회사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 떠나고 나서야 나는 더 이상 나의 능력과 체력을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게 되었고 못한 일과 안 되는 일에 대해서 연연해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겨진 상황에서 생겨난 노하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의 결과라 해도 나는 계속 이런 나의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일 생각이다.


회사만 나에 대한 애정을 지워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회사에 대해 그럴 수 있다.


우린 상하관계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 서있는 갑과 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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