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안 좋아하는 엄마라고요?!

- 씨투로 불리는 엄마

by 최대리


"엄마는 아이를 안 좋아하지요?"


남편의 물음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스스로 아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길가에 지나가던 아이들만 봐도 눈을 못 뗄 때가 많았고 아이가 나오는 육아 프로를 꼬박 애청하던 열혈 애청자이기도 했다.


또한 아이를 낳으면 잘 키워볼 요량에 직장생활 중간에 방통대 유아교육과에 진학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아이를 싫어한다는 오명을 쓰다니..

말 그대로 치욕이었다.


그런 치욕에도 바로 남편의 말을 반박하지 못했던 건 진짜 내 아이를 낳고 리얼 육아를 겪고 있는 내 모습 때문이었다.


아이가 잠투정을 조금이라도 심하게 하는 밤이면 스스로의 잠을 이기지 못해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도 했었고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내가 하는 일을 우선시하느라 달래는 일을 잠시 미뤘던 적도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틈틈이 봐왔던 남편이었기에 내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반면 남편은 아이를 참 예뻐하는 사람이다.


남편은 지독한 딸바보이다


아이가 힘들게 하는 순간에도 아이에게 큰소리 한번 신경질 한 번을 낸 적이 없으니 남편이야 말로 진정으로 육아의 달인 인지도 모르겠다.


우습게도 내가 남편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바로 아이를 예뻐하는 그 모습 때문이었다.


데이트를 하는 중간에도 아이가 보이면 금세 시선을 빼앗겼고 , 길거리에 넘어지는 아이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 아이를 일으켜주곤 했었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나는 그가 좋은 아빠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그 믿음 그대로 남편은 여전히 아이에게 참 좋은 아빠이자 적극적으로 육아를 함께하는 육아공동체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왜일까?

아이는 늘 웃으며 친절한 아빠보다는 감정 기복이 있는 엄마인 나를 더 좋아한다.


육아휴직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뱃속부터 한 몸이었던 유대감 덕분이기도 했겠지만, 똑같은 상황에서도 아빠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남편으로서는 매우 서운한 결과이다.




그런데 그런 우리 딸이 요즘 나를 씨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빵을 주면 "씨투가 빵을 줬어."라고 하고 내가 옷을 갈아입으면 "씨투가 옷을 갈아입고 있네."라고 했다.


씨투?!


무슨 의미 일까 한참을 생각하다 우연히 아이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 하나가 생각났다.


뽀로로 장난감 차에 앉아 타요를 보는게 그녀의 즐거움이다


꼬마버스 타요라는 만화였는데 그곳에 나오는 버스들 중 하나인 시티투어버스, 씨투가 바로 그것이었다.


우리 딸이 특별히 더 씨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나를 씨투라고 부르는 걸까?!


그 의문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풀렸다.


우연히 아이가 보는 꼬마버스 타요를 보다 보니 씨투는 그 만화 속에서 어른에 속하는 자동차였다.


그리고 꼬마버스인 타요와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조언과 잔소리를 자주 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요녀석이 바로 씨투다 (출처 EBS)


'아.. 그래서 네가 그랬구나.'


"늘 예쁘다, 우리 딸 최고야."라는 말을 달고 사는 남편과는 달리 "조심해, 위험해, 그러면 안되지."라는 말을 달고 사는 엄마를 아이는 꼬마버스 타요의 씨투처럼 느꼈나 보다.


맙소사

이렇게 딸에게 소심한 복수를 당할 줄이야.

이 녀석에게 받게 될 다음의 소심한 복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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