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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영 Apr 09. 2017

"신화"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좋아한다는 것



우리 회사 대표님은 종종 인사이트 넘치는 말들을 구성원들에게 해주는데, 최근 대표님의 발언 중 내 머리속에 콱 박혀버린 말이 있다.


"무언가 좋아하고 사랑하는건 습관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무언가를 사랑하는게 습관이라면 나는 이 습관을 중학생 시절부터 익혀왔다. 내생애 최초의 아이돌, "신화"를 통해.




신화라는 가수를 처음 접한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집에 놀러갔었는데, 신화 팬이었던 친구가 줄줄 펼쳐대는 온갖 찬양 덕에 나는 무언가에 이끌린듯이 신화를 좋아하게 되었다.


맹목적 사랑, 그 열정의 크기는 나를 변화시켰다.


엄마에게 받던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씨디를 사고, 그 씨디를 재생하기 위해 씨디플레이어도 사고, 꼭 한번 실물로 보고싶어서 콘서트 표를 기어이 구해 난생처음 아이돌의 콘서트를 가기도 했었다.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하면 절대 안 보내줄것만 같아서 별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했던것도 기억이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다 알고있으면서 그냥 눈감아준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만)


나는 신화팬이라는 또 하나의 신분이 생겼고 그 신분을 이용해 친구들과 관계를 맺기도했으며 별 특색없던 나를 친구들이 기억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아 쟤 신화팬",



그런데 무엇이 나를 그토록 신화에게 빠지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면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맹목적인 사랑이었고 열정이었다. 누군가를 그토록 맹목적으로 좋아해본 적이 있었던가. 잎으로도 평생 없을지도 모르는 강렬한 기억의 끝에는 신화가 있다.


지금이야 나름대로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때는 달랐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사랑이랄까. 학창시절의 나는 먼저 신화를 좋아해버렸고, 그 후에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발견해나갔었다. 완벽한 주객의 전도였다. 이 뒤바뀐 원인과 결과 사이에서 때때로는 팬의 입장에서 눈감아주지 못할 일들이 발생할때면 합리적인 사고방향과 맹목적인 사랑의 열정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했던 순간들이 생각난다.





어찌됐든 신화는 그 냉혹한 가요계에서 최장수 아이돌로 살아남았고, 나는 그들로 인해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습관을 익혔다. 나의 커다란 추억이 아직까지 추억으로만 남지않고 살아서 꾸준히 활동해주는 것 자체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여전히 내가 좋아할만한 포인트들을 잃지 않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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