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90% 수학 교사의 중학교 입학 100일 챙기기
교육대학원에서 교원자격증을 따자마자 사립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3년간 근무하며 임용을 준비했다. 자격증이 있으니 돈을 벌고 싶기도 했고, 나이가 어느 정도 있다 보니 시험준비한답시고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시간을 백수로 지내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 그러나 나름 공부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음에도, 역시 일하면서 공부하는 게 쉽지는 않았던 터라 기간제 교사로 있던 시간이 나의 계획보다 길어졌는데 친하게 지내던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나누곤 했다.
"샘, 근데 기간제지만 학교에서 인정받으시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 안 하셔도 되지 않을까요? 계약 걱정은 크게 없어 보이고, 임용은 이렇게 조금씩 실력 쌓으시면 결국 언젠가는 되실 텐데요. 호봉도 쌓이니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저는 교사는 수명이 있는 것 같아요. 정년 말고요. 아이들을 대하는 직업이라서 내가 조금이라도 젊고 에너지가 있어야 애들한테 이것저것 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은 제 앞가림하느라 못하는데, 저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제가 생각하는 수명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은 거 같거든요."
그래서 3년 만에 중학교에 온 올해는 스스로 다짐하던 것들을 조금씩 해내고 있다. 아이들 100일 이벤트 해주기도 그중 하나였다. 6월 11일은 2025년 3월 4일에 중학교에 입학한 우리 반 아이들이 입학 100일째를 맞는 날이었다. 올해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 많았음에도 버틸 수 있던 건 너무나도 운이 좋게도 착하고 예쁜 아이들을 담임으로 만날 수 있던 덕분인데, 스승의 날과 수련회 기간에 아이들에게 큰 선물을 받은 보답으로,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작은 손 편지를 써주기로 했다. 당연히 내용도 다 다르게.
사실 처음엔 아이들 각각에게 다르게 써줄 만한 특별한 말들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모두에게 똑같이 적어주느니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하단 생각이 들고. 하지만 막상 적다 보니 100일이라는 시간이 마냥 짧지만은 않았는지, 각각의 아이들과의 추억이 하나씩은 있어서 그것들을 떠올리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편지를 주고 나니 하길 잘했다 싶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고 나름의 교육적인 효과도 확실했다. 감정이 풍부한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편지를 읽다가 울기도 하고, 평소에 투덜대던 아이들은 편지에 적힌 나의 진심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동했는지 그 날 만큼은 모범생이 되었다. 이 기회를 통해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도 아이들이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정의한 교사로서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을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요샌 오히려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어서 이런 식의 접근이 교사인 나만의 행복을 위한 것일 뿐 아이들의 성장과는 하등 관계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곤 한다. 하지만 전력투구 하려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기억되는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