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아메리칸 셰프 >
잘 나가던 사람도 나락으로 떨어진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그러기도 하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 휘말려서 무너지기도 한다. 혹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모두를 잃는다. 이때 할 수 있는 선택은 세 가지다. 하나는 그곳에서 무너진 상태로 자포자기하거나, 아님 과거를 회상하며 버티거나. 마지막으로 다시 시작하든가.
시작은 트위터였다. LA에서 나름 잘 나가는 요리사인 칼 캐스퍼는 트위터에서 큰 실수를 한다. 자신의 활동이 모두에게 공개되는지도 모르고, 음식 평론가에게 빈정대는 트윗을 날렸다. 평론가는 그가 도전하지 않고 안주해서 고루하다는 평을 했었다. 그 후 설전이 오갔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트윗을 리트윗하고 관심글로 저장했다. 이 저명한 평론가는 그의 식당을 재방문하기로 한다. 결국 캐스퍼는 그 방문 이후로 식당을 그만두게 된다. 그는 푸드트럭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쿠바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한다. 캐스퍼, 그리고 그의 식당에서 일했던 보조 셰프들과 그의 아들은 푸드트럭을 타고 마이애미에서 LA로 향한다. 그의 쿠바 샌드위치는 트위터를 통해서 소문이 퍼지고 가는 곳마다 성황이다. 그리고 그가 실패한 곳에 도착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음식과 저예산 영화에서 보기 힘든 카메오(치곤 분량이 꽤 된다.)들이다. 스칼렛 요한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유명한 스타가 카메오로 등장한다. 주연이자 감독이 존 파브르와의 친분으로 가능했던 캐스팅이다. (감독의 판타지를 이루기 위해 만든 영화 같다. 배불뚝이 백인 아저씨를 스칼렛 요한슨과 소피아 베르가라가 좋아한다.) 요리의 과정과 음식을 보여주는 순서와 앵글, 색감이 식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연출되어 있다. 배를 든든히 하지 않고 본다면 중간에 영화를 멈추고 뭐라도 시키거나 사 와야 할 거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해온 것을 다시 한다. 단 다르게.
영화의 연출이 보여주듯 주인공 칼 캐스퍼는 요리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다. 그가 무너진 곳이 음식이라면, 그가 다시 일어서는 곳도 음식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해온 것을 다시 한다. 단 다르게. 동일한 행동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은, 예전의 성공을 재연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릇된다. 결국 이런 반복은 같은 방식으로의 몰락도 불러온다. 칼 캐스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다시'한다.
칼 캐스퍼가 쿠바 샌드위치 푸드 트럭을 한다고 했을 때,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셰프 둘은 자신의 기회를 던져두고 따라간다. 아무도 찾지 않는 칼 캐스퍼 곁에 있어준다. 그의 옛 연인이자 매니저인 몰리(스칼렛 요한슨)도 그에게 조언과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 그의 전처이자 아직도 칼을 사랑하는 이네즈도 그를 적극 지지한다. 푸드트럭도 이네즈의 아이디어였다. 크게 넘어진 사람에게는 부축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넘어진 사람에게는 손을 잡아주고 부축해줄 동행이 필요하다.
우리는 안다. 실패에서 이렇게 멋지게 일어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실패한 사람에게 뛰어난 기술과 용기, 함께 해줄 사람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 영화는 그래서 동화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세상엔 가끔 동화 같은 기적이 일어난다. 그때는 꼭 당신이 운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