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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휘 Apr 02. 2016

과거를 다시 관람하기

재개봉 영화를 본다는 것의 의미- <이터널 선샤인> , <비포 선라이즈>

 재개봉하는 영화를 흔히 본다. 90년대와 2000년 초반의 영화들이다.  나이 차이 나는 연인이 예전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함께 보는 기회를 누리기도 하고, 영화가 극장에서 내리고 나서야 그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사람들이 재개봉을 기다리도 한다.


 몇 년 전 <러브 레터>가 재개봉한 적이 있다. 서울, 몇개관에서 상영했다. 난 남쪽에서 일을 할 때였다. 난 <러브 레터>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다. 이와이 슌지의 작품 중에선 <러브 레터>보단, <4월 이야기>나 <하나와 앨리스>를 더 좋아했다. 그럼에도 재상영 기간이 끝났을 때, 아쉬웠다.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재개봉 영화들이 꾸준히 등장했다. 그리고 작년 12월 <이터널 선샤인>이 개봉했다. 난 갈 수 있는 날 중 가장 이른 날에 예매를 했다. <러브 레터>와 달리  <이터널 선샤인>을 좋아했다.

 <이터널 선샤인>을 보러 도착한 극장에 앉아 여러 생각을 했다. 재개봉 영화의 관객의 대부분은 그 영화를 이미 본 사람들일 것이다. 혹은 그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거나. 영화관에서, 예전에 봤던 영화를 다시 한번 보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극장에서 상영되는 기간은 제한이 있다. 한 영화를 무제한으로 상영하는 극장이 있긴 하지만, 흔하지 않고 한국에는 없다. 예전에 극장에서 그 영화를 봤다면 세월이 지나 다시 개봉하는 영화를 보는 것은 내가 다시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극장에 앉아 그 영화를 보면서 과거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같이 가서 각자의 과거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다시 한번 내 과거들을 재현한다. 그들의 사랑과 찰나 그리고 실패는 나의 사랑과 찰나 실패이다. 이 곳에 앉아 있는 나는, 영화가 아니라 과거를 다시 관람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얼마 안 가 난 아래 속눈썹 위에 눈물이 올려져 있음을 알았다. <이터널 선샤인>이 상영한 과거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불이 켜지고 상영관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함께 보고 있었다. 그 순간 과거를 내가 견뎠음을 그렇게 과거가 지나갔음을 다시 돌이켰다.



 재개봉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들고 수요 예측이 쉽다는 이유 따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곳에 가는 이유는, 쿤데라가 했던 다음의 말이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거다.

'한 번은 없는 것과 같다'
 - 밀란 쿤데라

 한 번은 없는 것과 같다. 그렇다 우리는 한 번은 더 해내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고 나서야 의미를 깨닫는다. 그런 이유로 좋아했던 영화들이 재개봉한다면 그 시절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을 것 같다. 곧 개봉한다는 <비포 선라이즈> 위에 겹쳐 보일 과거는 어떤 모습일까. 난 모르겠다. 하지만 상영관을 나올 때의 마음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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