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르고> <스포트라이트>
영화 <아르고>는 벤 애플렉이 감독과 주연을 한 영화이다. 80년대 이란에서 미국 대사관이 성난 군중들에게 점령당한다. 이와 중에 대사관을 빠져나간 6명은 캐나다 대사관에 숨어 지내게 된다. 이란은 대사관 직원들을 스파이라고 주장하며 억류한다. 대사관에 억류된 사람들은 대사관을 점령한 세력은 6명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곧 알아챌 것이 예상되었다. 6명이 만약 대사관 밖에서 잡힌다면, 성난 군중들과 대사관 점령 세력들에 의해 붙잡혀 즉결처형도 당할 수 있었다.
CIA는 이 6명을 구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자전거를 태워서 국경을 넘거나, 영어교사로 위장하는 방법이 논의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는 거리가 너무 멀고 길 또한 험난하고, 영어교사 전부가 이란에서 빠져나온지 꽤 되었기 때문에 위장도 쉽지 않다. CIA 요원인 토니 멘데즈(벤 애플랙)는 영화 촬영을 위한 방문으로 위장하자고 제안한다. 할리우드의 유명한 제작자와 분장사와 함께 이일을 준비하고, 제작사도 설립하고 실제로 존재하던 시나리오 <아르고>를 사들이고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기자 간담회도 연다. 마침내 승인이 떨어졌고, 토니 멘데즈는 이란에 입국한다. 그리고 6명에게 자신의 계획을 설명한다.
실은 영화 <스포트라이트> 먼저 봤다. 올해 아카데미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 사건을 다루고 있다. 2001년 <보스턴 글로브>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폭행과 그것을 은폐한 가톨릭 지도부를 폭로했다. 그 후로, 이 스캔들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결국 교황의 입에서 사과가 나온다. 영화는 그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보스턴 글로브 내의 심층 취재팀인 스포트라이트 팀의 팀장 월터 로빈슨(마이클 키튼)은 샤샤 파이퍼(레이철 맥 아담스),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와 함께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폭행 생존자들로부터 증언을 듣고, 정보를 수집한다. 이것이 개인의 일탈일 뿐 아니라 조직적 은폐였음을 밝히는데 집중한다.
사실 증거와 증인은 스포트라이트 팀이 본격적으로 취재하기 전부터 존재했다. 생존자들과 증인들은 이미 보스턴 글로브에 보냈고, 학교의 선생들과 성직자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침묵했었다.
개인이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위기를 해결한다.
꽤나 멀어 보이는 이 두 영화는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다. 이란의 미 대사관 점령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보스턴 글로브의 폭로도 있었던 일이다. 바로 그 때문에 리얼리즘적으로 연출된다. 핍진성과 현장감을 극대화해서 표현해서, 관객이 영화에서 떨어져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게끔 한다. 그리고 내용에서도 닮은 점이 있다. 개인이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위기를 해결한다. 아르고에서는 CIA 내부에서 멘데즈의 계획을 탐탐치 않아하지만 결국에는 승인하고 지원한다. 그리고 그가 '아르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분장사 존과 제작자 레스터와의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는 애초에 팀이었고, 팀으로 행동했고 같은 목적을 향해 각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아간다.
벌어진 문제를 오직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이
협력해서 시스템 하에서 해결하고 잘못을 바로잡는다.
흔치 않은 일에 설득된 관객은 쉽게 감동을 잊지 못한다.
사람들은 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을 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일은 드물다는 것을. 이 두 영화는 그 순간들을 주목한다. 우리가 이 건조한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했다면 모두 그 때문이다. 이 두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극복하거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벌어진 문제를 오직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이 협력해서 시스템 하에서 해결하고 잘못을 바로잡는다. 흔치 않은 일에 설득된 관객은 쉽게 감동을 잊지 못한다.
실화를 다룬 서사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거나 어설픈 완성도를 보여주는 경우는 많다. 실패한 실화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는 왜 실패하는가. 그것은 극적인 일을 극적으로 보여주거나 애초에 매력적이지 않은 실화를 극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감독이나 제작사, 원작자의 고집과 독단에 의해 빚어진다. 흥분해서 혼자서 내달려서 도착한 곳이 좋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가끔 있긴 하다. 그러나 아주 아주 드물다. ) 어쩌면 이 두 영화 자체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팀이 만들어낸 또 다른 성공의 예가 될 수 있겠다.
잘 돌아간다. 난 이 문장으로 두 영화를 기억한다. 4월 13일에는 선거가 있었고, 4월 16일에는 세월호 2주기였다. 우리는 실패를 기억해야 한다. 저 두 영화가 지닌 서사의 숨겨진 힘은 결국 묵은 잘못과 실패를 결국엔 극복해낸 이야기라는 것이다. 실패를 잊으면 우리는 고칠 수 없다. 이 두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상을 현실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각자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고, 또 그것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목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직이 이렇게 내뱉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잘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