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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휘 Jan 05. 2018

재능은 사건이다

최근의 일과는 이러하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다시 일을 한다. 사이사이에 노동용 소음을 바꾼다. 주로 유튜브의 음악 스트리밍이거나, 대도 방송이다. 하루에 세네 번 바꾼다. 이런 사정이니 집 밖을 나가지 않는데 낮과 밤이 그리고 요일이 구분이 사라진다. 일과가 이어지니 하나의 덩어리가 분리되지 않고 점점 커진다. 분명 사람을 직접 만날 일이 없으니 그런 것일 거다. 학기 중에는 너무 일상이 잘게 부서져서 돌아다녔으니까.


학생들의 자질과 성품에 대해 고민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재능이란 게 뭘까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한 시인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는 요즘은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재능은 없다며 결국에 좋은 시는 세상에 의해 발견된다고 했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다.) 들으면서 동의했다.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재능이나 탁월함은 사건 같다. 사건의 당사자가 있더라도 목격자가 없으면 사건은 부정당할 수 있다. 사건의 당사자가 어떤 외형을 어떤 이미지를 지녔는지에 따라 사건은 농담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거짓말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목격자가 있다 하더라도 그 목격자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에 따라 그의 진술이 의심받기도 하고 사건 자체가 부정당하기도 한다. 이런 위험을 뚫고 사건이 공인받는 건 운의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잘 보이는 곳에서, 잘 보이는 시간대에, 사건이 이전에 보지 못한 방식으로 일어나야 하며,  신망 있는 목격자가, 흥미를 느끼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 볼 수 있어야 하며,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건을 증거 할 만큼 기력이 있어야 한다. 사건의 대단함이나 사건의 놀라움으로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질 수 있는가. 


공인받지 못한 사건은 어떻게 되는가. 스캔들이 된다. 사건이 되지 못한 재능은 적당한 크기로 분절되지 못하고 계속 부풀어 커져 간다. 이 부풀어 오른 재능은 유령처럼 실체 없이 떠도는 '추문'이 되거나 재능을 가진 이를 삼키는 '함정'이 된다. 다시 말해 비슷한 것들을 변화 없이 뱉어내다 길을 잃고 사라진다.


예전부터 칭찬이 더 위험할까, 비판이 더 위험할까, 생각한 적이 있다. 비판이 사람을 더 위태롭게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 것 같은데 이제 아닌 것 같다. 칭찬과 비판이 힘이 셀리가 없다. 칭찬도 비판도 없이 성장하려 하는 사람은 외로움 때문에 길을 잃는다. 그러니 성장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 청소년들, 어른들, 친구들, 부모(들), 애인(들)이 주위에 있다면 칭찬이든 비판이든 해주자. 단 꼰대 짓과 맨즈 플레인은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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