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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Feb 02. 2022

예쁜 양말을 신고 뒷산 오르기

기록하는 2022년│Episode 3│2022.02.02

새해맞이 여러 가지 목표 중 또 하나의 목표는 크게는 건강해지기, 구체적으로는 체중 감량이다.


작년 연말 건강검진에서 몸속의 작은 혹들을 발견했고, 그 이후로 집 앞 병원과 종합병원 검진을 거쳐 현재 2월 18일 수술을 앞두고 있다. 생명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어쨌든 제거하기로 했다. 꼭 이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작년 한 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와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은 100% 체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우리 집 뒤에는 가볍게 오르기에 아주 좋은 산이 있고, 무슨 일인지 구청에서 작년부터 등산로 공사를 열심히 한 덕분에 나날이 쾌적해지고 있다. 이사하기 전에는 이 집으로 이사만 오면 매일 새벽에 일어나 뒷산 오르기를 한 뒤에 출근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지금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후 매일에서 매주 1회로 변경했지만, 역시나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대신 이제는 날이 좋을 때 잊지 말고 한 번씩 오르자로 바뀌었다.


오늘은 마침 날씨가 따뜻했다. 남편과 뒷산을 오르기로 했다. 개나리를 닮은 노란 양말과 새싹을 닮은 녹색 트레킹화를 신고 뒷산으로 출발했다. 연휴 동안 누워만 있었던 탓인지 걸음을 떼자마자 온 몸이 욱신거리고, 다리가 무겁다. 그나마 예쁜 양말 덕분에 힘이 났지만, 그것도 잠시, 5분도 안되었는데 땀이 난다.


괜히 쉬어 가볼까, 주위를 둘러보며,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똑같은 길인데 햇빛이 내리쬐는 곳만 뽀송뽀송하게, 음지는 여전히 눈이 한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며 "햇빛은 정말 중요한 거야. 그렇지?" 하는 당연한 말도 한마디 한다.


얼마쯤 올랐을까. 이제 몸이 조금 풀리기 시작하는데, 남편이 귓속말을 한다. "자기, 나 화장실 가야 할 듯."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에 덩달아 다급해진 나는, 바로 몸을 돌려 빠르게 내려간다. 올라올 때 걸린 시간의 절반도 안 되는 시간만에 내려온 우리는, 남편이 무사히 화장실에 안착한 것을 확인한 후 비로소 안도의 한 숨을 쉰다.


분명 화장실 갔다가 다시 올라가자고 내려왔는데, 막상 다시 올라가려니 꾀가 난다. "어쨌든 뒷산을 (조금이나마) 올랐고, 땀도 났으니까 산을 오르는 대신 남은 시간에는 홈트를 하자." 하고는 남편과 침대에 벌렁 눕는다.


이렇게나 잘 맞는 남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오늘까지 3일의 밀린 일기를 모두 썼다. 내일부터는 매일매일 그날의 일기를 써나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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