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기 Feb 17. 2022

랍스터와 망고를 뿌셔 뿌셔

기록하는 2022년│Episode 18│2022.02.17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바쁜 건가, 정신없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알찬 것인가. 어쨌든 지금 굉장히 졸리다. 내일을 위해 얼른 자야 한다.


어제저녁, 급하게 오늘의 일정이 변경되었다. 원래는 오후 반차를 쓰고 약 2시쯤 입원 전 코로나 PCR 검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요새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져 평소보다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내일 아침 7시까지 병원에 가서 입원 수속을 밟아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그 시간에 결과를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근 전에 검사를 받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또 문제는 내가 처방전의 유효기간을 놓쳐 재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약을 처방받지 못하면 수술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코로나 PCR 검사 자체를 받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 병원으로 향하면서 급하게 병원에 전화를 한다. 다행스럽게도 약간의 진료비만 더 내면 다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추가 진료비는 약 2만 원. 나의 멍청함 때문에 생 돈 2만 원을 날린 것이 아깝지만, 어쨌든 이렇게라도 별 일 없이 처방전을 다시 받고, 약 구입까지 완료했다. 다행이다. 역시 별일 없을 줄 알았어!


그리고 병원 내 선별 진료소로 향한다. 나는 입원을 위해 받아야 하는 경우로, 이 경우는 일반 검사와 줄부터 달랐고, 예상외로 빨랐다. 가자마자 접수하고 바로 검사 키트를 받아서 검체실로 향한다. 뇌를 긁는 기분이라는 후기에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코 안으로 쑥 들어왔다가 쑥 나간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깊지 않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아파서 놀랐다. '이건 분명 코피가 났다.' 고 생각했는데, 내 코는 너무나 멀쩡했다.


검사를 마치고 바로 부랴부랴 회사로 돌아왔다. 앉자마자 일을 시작한다. 그냥 휴가를 낼 걸 그랬나 싶다가도 불안한 마음으로 집에서 쉬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다. 이런 내 모습과 태도를 바꾸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 것인지,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점심도 간단하게 패스하고, 계속 마무리 작업을 한다. 올해 바뀌는 법에 따라 1월부터 보강해가야 할 자료들이 있어 정리하고, 이틀의 휴가지만 후배에게 간단하게 인수인계도 한다. 재무팀과 회의도 끝냈다. 어느덧 3시가 넘었다. 2시에는 집에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미 한 시간이 늦었다. 남편의 상황을 보니, 남편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에 다닌 지 오 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막내인 나와 남편은 왜 인지 언제나 자꾸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찝찝하게 집에 가는 것보다는 마무리 잘하고 가는 것이 편하겠다. 집에 일찍 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한다. 정리를 마치니 4시. '내가 도대체 뭘 했나. 난 또 왜 이러는가.' 하는 마음도 잠시 저녁 먹을 곳이 찾는다. 수술 전이니까 뭔가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야겠다. 그래야 힘내서 수술을 잘 받을 수 있겠지. 오랜만에 바이킹스워프에 가기로 한다. 전화해보니 하필 딱 2자리만 남았다고 한다. 바로 예약을 한다. 여의도 타임스퀘어로 달린다. 아직 5시도 안 되었는데 월드컵대교부터 차가 막힌다. 그래도 6시 예약이니까 늦을 일은 없다. 타임스퀘어에 도착하니 시간이 약간 남는다. 레고 샵에 가서 최근 새로 나온 지구본을 구경한다. 아무래도 너무 사고 싶은데, 이십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레고에 쓰기에는 많은 생각이 필요해 그냥 나온다. 오락실에 간다. 작은 고라파덕 인형이 귀여워서 4천 원을 들여 인형 뽑기를 한다. 고라파덕 인형과 스머프 인형 하나씩을 뽑았다. 뭔가 되는 날이다. 남편은 무슨 비행기 게임을 한다. 남편의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다. 게임하는 남편의 모습은 볼 때마다 놀랍다. 


6시가 됐다. 내가 뽑은 귀여운 인형 두 개를 들고 바이킹스워프에 입장한다. 이때가 제일 신난다. 나랑 남편은 많은 뷔페 중에 이곳을 제일 좋아한다. 뷔페에 갈 때마다 약간의 후회를 느끼는 편인데, 이곳은 조금 다르다. 랍스터와 망고를 잔뜩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에 든다. 물론 다른 메뉴들도 대부분 맛있지만, 기억에 남는 음식이 명확하다는 것이 이곳의 큰 장점이다. 랍스터로 시작해 랍스터로 식사를 끝냈다. 중간중간 갈비와 초밥도 곁들였지만 메인은 언제나 랍스터다. 배가 불러올 때쯤 후식 타임을 시작한다. 역시 TWG 티와 착즙 오렌지 주스와 폴바셋 라테, 노아 베이커리의 케이크 등 맛있는 것이 많지만 후식 역시 망고로 시작해 망고로 끝냈다.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집 정리를 한다. 며칠간 빨래와 설거지를 하기 어려울 테니 간단하게라도 정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구매한 약을 먹는다. 약을 먹으면 배가 아플 수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 그런데 아무래도 약 때문인지, 저녁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모르겠다. 내게는 큰 일인 작은 수술을 앞두고 너무 많이 먹었나. 살짝 후회도 된다. 하지만 즐거운 저녁이었다. 많이 먹은 만큼 힘내서 잘하고 와야지. 남편이 수술 잘 받고, 회복 잘하면 또 바이킹스워프에 가자고 한다. 좋다. 조만간 또 랍스터와 망고를 부수러 가야겠다. 랍스터와 망고를 뿌셔뿌셔! 

작가의 이전글 유효기간이 지나버린 처방전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