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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Feb 19. 2022

모두들 건강하세요

기록하는 2022년│Episode 19│2022.02.18

수술을 마쳤다. 잘 끝냈다. 한 번의 큰 수술 경험이 있는 남편은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작은 수술이라서 그런지 그런 생각은 미처 못했다. 대신 건강의 소중함을 몹시 느꼈다. 나는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건강할 거다. 내 주변 사람들도 건강했으면 좋겠다. 내 일기를 읽어주시는 분들도 모두 다 건강하시면 좋겠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새벽 5시 일어나서 준비를 한다. 씻고, 정리하고 집에서 나왔다. 6시 50분 병원에 도착한다. 벌써 사람이 많다. 이렇게 아침부터 병원을 찾는 사람이 참 많구나. 새삼 나의 평범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낀다.


입원 수속을 하고 입원실을 배정받는다. 병실에 들어가기 전 3층에 들러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한다.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수술과 마취 부작용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재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비상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수술 후 지켜야 할 일에 대해서도 듣는다. 1달 동안 탕목욕과 부부관계는 안되고, 이주 동안 무리한 운동 또는 힘을 쓰는 행위는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잘 기억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정신이 없다. 계속 집중해서 듣는다. 걱정스러운 마음도 올라오지만, 나는 잘할 수 있다고, 별일 없을 거라고 계속 생각한다. 동의서 서명 후 병실로 올라왔다. 탁 트인 창가 자리다. 철 없이 바깥 풍경에 감탄한다. 그 사이 해는 다 떴고, 내 자리는 밝고 따뜻하다. 오래 있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다. 잘 회복해야지.


갈아입을 수술복을 받는다. 입으려고 보니 옷이라기보다는 단추로 잘 맞게 채워야 하는데 거대한 천 조각이다. 잘 입어보려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사람이 두 명인데 왜 옷 하나도 제대로 못 입냐며 남편과 깔깔댄다. 속옷 탈의 후 수술복으로 환복 했다.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난다. 곧이어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이미 한 번 했지만) 수술 전 피검사와 소변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주사 길을 만들어놓을 것이라고 하셨다. 오른팔을 쓰기 때문에 왼팔에 시도를 했는데, 역시나 피가 잘 나오지 않고 아팠다. 매번 이렇다. 어쩔 수 없이 오른팔에 주사 길을 만든다. 이곳으로 혈액도 채취하고, 수액도 맞고, 주사도 맞고, 마취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키와 몸무게, 혈압도 측정한다. 그 사이 살이 더 쪘다. 어제 많이 먹어서 그런 건가. 금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몸무게가 더 늘었다. 수술 잘 받고 회복 잘하면 진짜 살 빼야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수술을 10시 전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준비는 끝났고, 수술실에서 콜이 오면 이송 담당 선생님과 함께 내려간다고 했다. 떨리는 마음과 함께 계속 '나는 잘할 수 있다. 모든 분들과 함께 잘 하자.'라고 되뇌었다. 그 사이 담당 교수님이 오셔서 오늘 진행할 수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셨다. 교수님이 가시고 조금 더 기다리다가 수술실로 이동했다. 병실에서부터 수술실까지는 이동 침대에 누워서 이동 담당 선생님과 함께 했다. 복도에서 기다리다가 수술실 대기실로 들어간다. 수술 전까지 내 이름과 혈액형, 오늘 받을 수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몇 번이고 물어보시고, 난 대답한다. 


드디어 수술실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서 간단한 간이 수술실을 생각했는데, 진짜 수술실이다. 한창 즐겨봤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딱 그 모습이다. 그리고 수술방 안에 사람들도 많았다. 얼핏 봐도 한 8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신다. 한 분은 나의 몸에 멍자국이 있는지 (수술 중간중간 멍이 생길 수도 있고, 그것을 잘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내 몸에 멍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하셨다.) 확인하셨고, 또 다른 분은 내 팔다리를 확인하셨다. 또 다른 분은 내 이마와 가슴, 옆구리에 무엇인가를 부착하셨고, 또 다른 분은 내게 마취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또 다른 분은 나의 오늘 상황에 대해 요약하고 정리하셨다.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다니. 무척 감사했다.


마취 약이 들어올 때 생각보다 아픈데, 놀라지 말라고 말씀해주심과 동시에 왼쪽 팔로 쏴아- 하며 무엇인가가 들어왔고, 진짜로 생각보다 아팠다. 그리고 곧이어 얼굴이 화끈거리고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저 얼굴이 조금 아픈데요."

"네. 얼굴이 아플 수도 있어요."

"네."


분명 하나도 안 떨렸고, 긴장도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아래턱이 달달 떨린다. 왜 그러지. 안 떨려야 수술을 잘 받을 수 있을 텐데. 잘 하자, 나 자신아. 한 숨 푹 잔다고 생각하자.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벌써 끝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아무것도 기억나지는 않는다. 어쨌든 수술을 잘 끝내고 회복실로 이동했다. 정신이 없다. 역시 마취라는 것은 엄청나구나. 회복실에서 회복이 끝나면 병실로 다시 올라간다고 한다. 계속해서 내 이름을 물으시고, 팔다리의 감각을 확인하고 머리를 들어본다. 생각보다 목구멍이 아프다. 관을 삽입했었기 때문에 목 통증은 하루 이틀 갈 수 있다고 한다.


병실로 올라왔다. 남편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다. 수술 후 남편을 처음 만나면 "자기, 사랑해. 보고 싶었어." 이런 말을 하려고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인지 말이 잘 안 나온다. 엉덩이 쪽이 축축하다. '오줌 싼 것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랫배도 아프다. 진통제를 맞았다. 진통제를 맞자마자 속이 울렁인다. 토할 것 같다. 울렁거리는 속을 가라앉히는 약을 맞는다. 여전히 엉덩이는 축축하고, 정신은 없다. 너무너무 졸려서 딱 5분만 자고 싶은데, 깨어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남편은 계속 나에게 말을 걸고, 내 팔다리를 주무른다.


축축한 엉덩이는 다행히도(?) 소변은 아니었고, 피였다. 제거를 했기 때문에 얼마간은 계속 피가 날 것이라고 했다. 잘 지켜보면서 양이 많아지면 언제든 외래 전화 또는 응급실로 오라고 했다. 마취 기운이 완전히 없어질 동안 계속 깨어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너무 졸리다. 이것은 졸리다고 의식할 수 없을 만큼 졸리다. 생각을 할 수 없고, 핸드폰을 봐도, 책을 봐도, 남편과 이야기를 해도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일어나서 걷거나 바람을 쐬면 좀 괜찮을 것 같은데, 마지막에 맞은 약 때문에 머리를 대고 누워있어야 한다. 병실은 쾌적하고, 큰 창문으로는 따스한 햇살이 한가득 내리쬔다. 온도, 습도, 기분, 모든 것이 잠을 자라고 맞춰진 것 같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마지막 남은 이성을 붙잡고 깨어있어 보려고 노력한다.


진통제의 효과로 복통이 줄어들고, 어지럼증 약의 효과로 구토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조금 살겠다. 소변을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활동도 필요하다고 해서 복도를 걷기 시작한다. 병원 대부분의 휴게 공간이 폐쇄되었다. 코로나 때문이다. 예전에 아빠가 수술로 인해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병원 전 층을 쓸 수 있었다. 구석구석 휴게 공간도 많았고, 야외에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나갈 수 있었다. 그랬는데도 그 시간이 무척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층 밖을 벗어날 수 없다. 외출은 아예 안된다. 반나절의 입원도 참을성 없는 나는 벌써 이렇게 답답한데, 장기 입원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한다니, 이제 거의 다 회복이 되었나 보다.


다시 병실로 돌아와서 소변을 보고, 소변 양을 체크해서 말씀드린다.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다음 주 외래 일정을 잡아주고, 주의 사항을 다시 한번 설명해주신다. 어떻게 이렇게 힘든 일을 하시면서 이렇게 친절하실 수 있으신 거지. 분명 잠도 충분히 못 잤을 테고, 매 분 매 초마다 할 일이 있을 거다. 그리고 누군가는 계속 그들을 부르고 해결책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대한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따뜻하고 친절한 그 모습에 걱정은 사라진다. 그리고 반성했다. 나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드디어 퇴원이다. 1층으로 내려와 퇴원 수속을 하고 병원비를 납부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내야 할 돈이 적다. 영수증을 보니 내 부담금이 적다. 정말 우리 나라 의료보험은 최고다. 공단의 부담 없이 이 수술비를 그대로 감당해야 했다면, 나는 몇 개월 넘게 힘들었을 거다. 다행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 평소에 당연한 줄만 알았던 것들, 그래서 의식하지 않고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우선 건강이 그렇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의 의료보험 체계라거나, 남편의 소중함, 모든 구성원들이 사회 곳곳에서 최선을 다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 등 많은 것들이 보이고 새삼 감사하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희미해지겠지만, 이 감사한 마음만은 잊지 않기를 나 자신에게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내 건강을 과신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앞으로는 내 몸을 더 소중히 생각하며 조금 더 운동하고, 조금 더 몸에 좋은 것을 먹을 것이다. 나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건강해서 오랫동안 즐겁게 잘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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