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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Oct 19. 2021

우리 집이 없다│운명적 만남② 역시나 내 집은 아니다

Episode 7. 집 앞 벚꽃이 참 예쁘던 95년 산 빌라

첫 번째 운명적인 집을 현실적인 이유들로 떠나보내고, 다시 집 찾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 집을 만났다. 그 집을 왜 보기로 했는지 정확하게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역이랑 가까웠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가격 대비 넓은 평수가 좋아 보였기 때문 같기도 하다. 어쨌든 가성비로 따지자면 꽤나 괜찮았고, 전에 본 단독주택보다 조금 더 우리 현실에 맞는 집이었다.


우선 금액이 단독주택보다 약 1억 정도 저렴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수리해야 하는 단독주택에 비하면 거의 도배와 장판만 하고 들어가면 될 것 같았다. 단독주택보다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장점도 분명한 집이었다. 우선 역에서 가까웠다. 지하철 역에서 걸어서 3분이었고, 버스까지 포함하면 거의 교통의 중심지였다. 평지에 있어 회사까지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고, 바로 옆 불광천 자전거길을 따라 가면 보다 빠르게 출퇴근할 수 도 있었다. 구조는 특이했지만, 어쨌든 동남향으로 틔여 있는 집이었다.


그 집을 보러 갔을 때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였다. 마침 불광천에서는 벚꽃 축제를 하고 있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마음이 설렜다. 집 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다가 작은 방에 딱 들어갔는데, 작은방 창문에서 벚꽃나무가 바로 보였다. 창문 가득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을 본 순간 참 따뜻했다.


우리의 예산을 조금 넘기는 했지만, 어쨌든 첫 집이고, 아파트 보다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기 때문에 대출을 무리해서 받는다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혹시 내 집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 내 집을 만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출이 문제였다.


집도 있고, 땅도 있는데(대지지분이 꽤 컸다. 대출이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한 근거다.) 그 땅이 공유지분으로 구성되어있었다. 공유지분이 정확하게 뭔지 아직도 이해를 제대로 못했다. 이 집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세상에 공유지분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어쨌든 내 집과 내 땅이 연결되어있지 않고, 내 집은 있는데 내 땅은 건물이 올라간 전체 면적의 1/N로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용하고자 하는 상품으로는 대출을 실행할 수 없었다. 다른 상품으로 무리해서 대출을 시도해볼 수도 있겠지만, 자칫하면 계약금을 날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것이 너무 없었고, 쓸데없는 욕심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이 집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 집도 첫 번째 집처럼 계속 아른거렸다. 빌라는 잘 안 팔린다던데 혹시 너무 안 팔리면 가격이 낮아질까 싶어 매일 네이버 부동산을 확인했고, 부동산 업체에도 연락을 돌려놓았다. 그리고 혹시라도 정성을 쏟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매일 산책을 핑계로 집을 보러 갔다. 


그 사이 피어오르던 벚꽃이 만개하고, 떨어지고 잎이 돋았다. 초봄에서 늦여름이 되었다. 그 사이 수많은 집을 계속 봤다. 그럴수록 그 집이 더욱 아른거렸다.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련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계속 마음이 끌렸다. 남편과의 가족회의 끝에 무리를 해서라도 우선 시도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굳을 결심을 하고 다음 날 반차를 냈다. 부동산에 들러 집이 아직 안 나갔는지 확인했다. 정식 계약이 된 것은 아니지만, 오늘 대출을 알아보고 저녁때 방문하기로 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한편으로는 부동산의 영업방식인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3곳의 은행을 방문했고, 2곳의 정부기관과 통화했다.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정확한 대출 가능 여부와 대출 가능 금액은 다음날까지 답변받을 수 있다고 했다. 


될 수도 있겠다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에 설레 하고 있었는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오후에 방문하기로 한 사람이 계약했다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5개월 이상 나가지 않던 집이 내가 대출을 딱 알아본 그날 계약되다니. 사실 아무 일도 아닌데, 나는 이상하게 눈물이 찔끔 났다.


내 집이 아니라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이 집은 내 출퇴근길에 있다. 아직도 오갈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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