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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Apr 04. 2022

짧은 주말 기록

기록하는 2022년│Episode 61│2022.04.02-3

요 근래 계속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들의 연속이다. 날씨는 점점 좋아져 마음은 들뜨는데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안절부절 엉덩이만 들썩이다 지나가버린 주말이다.


#1. 늦잠

금요일 저녁. 친구 부부가 놀러 왔다. 밀린 수다를 몰아서 떨다 보니 어느덧 새벽 2시. 

친구 부부가 집으로 돌아가고 간단히 정리하고 보니 새벽 3시다. 당연히 다음날 늦잠을 잤다. 그리고 토요일 점심까지 늦잠을 잔 덕분에 토요일 밤늦게까지 잠이 안 온다. 일요일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당연히 일요일도 늦잠을 잤다. 일어났더니 이미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틀 만에 낮과 밤이 바뀐 기분이다. 이른 잠과 달리 늦잠은 악순환의 연속이다.


#2. 남편 양복 구매

같은 회사를 다니지만 나와 남편은 출근복장이 다르다. 나는 복장에 제한이 없어 캐주얼하게 입는 반면 남편은 양복을 입는다. 간절기용 양복이 필요하다는 남편의 말에 옷을 사러 갔다. 양복 두 벌 구매를 계획했는데 이것저것 입어보던 남편은 결국 한 벌만 구매했다. 온 김에 사자고 했더니 남편이 말한다. "아니야.. 살 조금만 더 빼서 다음에 작은 옷 살래." 100%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봄 옷을 구매할까 몇 벌 입어봤다가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살이 찐 상태에서 옷을 사는 것은 정말 별로다. 일단 사이즈가 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고, 무엇을 입건 옛날만큼 테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비싼 옷을 살 거라면 조금이라도 살을 빼고 예쁘게 입을 수 있는 사이즈로 사고 싶다. 이렇게 또 다이어트를 계획만 한다. 


#3. 분식 파티

다이어트 계획만 백만 년. 순대 내장이 먹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쿠팡이츠를 샅샅이 뒤졌다. 생각보다 순대 내장을 파는 곳이 별로 없다. 겨우 찾아서 주문했다. 떡볶이, 순대(내장 포함), 참치김밥, 어묵, 튀김을 시켰다.

맛있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먹던 분식집 맛이다. 순대 내장도 훌륭했다. 떡볶이가 2만 원에 육박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가격도 훌륭하다. 떡볶이 3,500원. 어묵 2,000원. 김밥 4,000원. 튀김 각 1개당 500원. 앞으로 종종 찾아 먹을 분식집을 발견했다.


#4. 종로 5가 투어 (FEAT. 닭 한 마리)

우리 부부는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자주 가는 곳들이 몇 곳 있다. 닭 한 마리를 파는 <진옥화 닭 한 마리>가 그중 하나다. 사람을 피해 4시쯤 갔는데도 이미 만석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닭 한 마리에 떡사리를 추가해서 먹다가 마지막에 국수사리를 넣어 먹으면 닭 한 마리 코스가 끝이다. 별 것 없는 음식인데 참 맛있다. 날이 추울 때는 추운대로 맛있고, 날이 더울 때는 더운 대로 맛있다. 닭 한 마리를 다 먹고 봄을 맞은 청계천을 따라 광장시장에 간다.

새단장을 했는지 만국기가 펄럭인다. 얼마 전 개장했다는 광장시장 내 365일장도 다녀왔다.

구경을 마치고 청계천변을 따라 다시 돌아오다가 남편은 문 연 체육사 사장님의 화려한 언변에 홀려 풋살 볼을 구매했다. 분명 살 계획은 없었으나 어느 순간 남편의 손에 들려있던 검은 봉지.


#5. 남편의 커피

남편이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종종 별로였는데, 지금은 아주 훌륭하다. 남편이 커피를 맛있게 내리기 시작하면서 발생한 유일한 단점은 자꾸만 집에서 커피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 투어를 정말 좋아하던 나다. 그런데 분위기가 좋은 카페의 경우 가기가 힘들다. 분위기도 좋고 커피 맛도 좋은 경우에는 늘 사람이 너무 많고, 분위기에 비해 커피 맛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더 실망하게 된다. 그럼에도 대체재가 없었을 땐 어떻게 해서라도 잘 다녔었는데, 남편이 커피를 잘 내리게 된 이후로는 자꾸만 집에서 먹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이런저런 핑계들로 자꾸만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 편한 것만 찾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다가도 역시 남편이 내린 커피는 맛있고, 함께 먹은 초콜릿 케이크도 아주 맛있다.


#6. 일요일 밤, 와인 한 잔

어느덧 저녁이다. 애매한 시간에 밥을 먹었더니 배는 고프지 않다. 하지만 이대로 주말을 끝낼 수는 없다. 남편이 그렇게 먹고 싶다던 육사시미를 주문하고, 지난번 사뒀던 와인도 꺼냈다.

'산뜻한 일주일을 위해서는 지금쯤 잠들어야 하는데..'의 지금쯤을 3번이나 넘기고 새벽 3시가 되어야 누웠다. 와인 한 잔에 끝나가는 주말을 잡고 또 잡았다.


핑계만 많았던 주말이다. 지나치게 게으른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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