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2022년│Episode 70│2022.04.13
카톡 '업데이트한 친구'에 남편이 떴다. 평소 사진을 잘 바꾸지 않는 남편이라 뭔가 싶었다. 눌렀더니 프로필 명이 바뀌어있었다. 어제는 핸드폰을 두고 와서 "핸드폰 놓고 출근했습니다. 카톡 부탁드려요." 였는데 오늘은 "뚜쎼"로 바뀐 것이다.
뚜쎼가 뭘까. 뚜쎼를 처음 본 순간 뭔가 파이팅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남편이 무엇인가 의미 있는 단어를 적어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남편한테 아는 척을 좀 하고 싶어서 검색 찬스를 쓴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했다. 놀라서 남편에게 급하게 카톡을 했다.
"자기, 자기, 자기. 카톡 프로필이 왜 설사야?"
"응? 무슨 말이야?"
(캡처 화면 전송)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
그렇다. 뚜쎼는 중국어로 설사다.
그것도 검색하자마자 제일 먼저 나온다. 그것도 아랍어, 몽골어가 아니라 하필 요즘 남편이 배우고 있는 중국어로 설사라니. 많고 많은 뜻 중에 설사라니. 아직 중국어로 설사까지 못 배웠다는 남편은 결과적으로 카톡 프로필에 설사를 적어놓게 된 것이다. 설사가 아니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남편의 MBTI인 ENTP를 한글로 쓴 것이라고 한다. 맞다. ENTP. 뚜쎼. 아니, 아무리 맞다고 해도 누가 ENTP를 뚜쎼로 적어 놓는단 말인가.
혹시나 하고 구글에 검색해보니 ENTP로 자동 수정되어 결과가 나온다. 당연히 설사라는 뜻은 하나도 안 나오고 ENTP에 관련된 내용만 왕창 쏟아진다.
아무래도 한글을 주로 쓰는 네이버와 영어를 주로 쓰는 구글의 검색어 인지 방식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뚜쎼로 다시 바꿔 검색한 결과에도 설사라는 뜻은 바로 나오지 않는다.
평소 잘 보지도 않던 남편 프로필 명인데 오늘따라 왜 갑자기 아는 척이 하고 싶었던 걸까. 남편 프로필 명이 설사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우습고 혼란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렸지만 남편의 프로필 명이 설사라니. 참 웃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