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자기 Apr 14. 2022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글을, 여기에 써도 될까22

기록하는 2022년│Episode 69│2022.04.12

새해맞이 다짐 중 하나가 바로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조금 더 오래 포기하지 않고 쓸까 고민하다가 브런치 툴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단 예뻐서 일기를 써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이렇게 공개된 곳에 일기를 쓰겠다고 공표해두면 밀리는 것이 창피해서라도 조금 더 부지런히 쓰지 않을까 하는 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났을 때 작은 고비가 찾아왔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이 아니라, 그냥 정말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글을 이런 공간에 남겨도 괜찮은 건가. 하는 고민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런 고민을 하기에 아직 빠른 것 같아 적어도 한 달은 더 써보고 마저 고민해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고민으로 미루는 것 대신에 하루라도 더 쓰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매일 일기를 쓴 지 약 두 달이 넘게 지났다. 그 사이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사실 내겐 굉장히 고무적인 큰 변화들이다. 자랑해보자면-


#1. 구독자 수가 늘었다.

처음 일기를 쓸 때만 해도 구독자는 0명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현재는 40명이 넘었다. 무려 44명이나 되는 분들이 내 브런치를 구독하고 계신다. 이 바쁜 현대 사회에서 내가 뭐라고 구독까지 해주시는지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구독하고 계신다고 해서 내 일기가 마음에 든다거나, 매일 읽어주시는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분들의 존재는 내가 일기를 매일 써 내려가는 엄청난 원동력이 된다.


#2. 누적 조회수가 17만이 넘었다. (모든 글 조회수 합계)

#3. 가장 많이 읽은 글 TOP3은 다음과 같고 각각의 조회수는 4만, 4만, 1만 8천을 넘었다.


처음 일기를 쓸 때만 해도 이런 변화는 생각도 못했다. 누군가 봐준다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누군가가 볼만한 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처음으로 어떤 글의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알람이 떴고, 그 뒤로는 어디에 노출이 되는 것인지 종종 조회수 알람이 자주 울리는 글들이 생겨났다. (물론 몇 개의 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글의 조회수는 100, 그 언저리다.)


이런 변화들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우선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 평범했던 하루가 특별해졌다. 그냥 매일 똑같다고 생각돼 흘려보냈던 하루들을 일기 주제 선정을 위해 관찰하게 됐고, 관찰하다 보니 똑같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일기 쓰기만으로도 내 삶이 훨씬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늘어난 구독자와 조회수 덕분에 가끔 일기 쓰기가 귀찮을 때도 그 전보다 조금 더 즐거운 마음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더 창피하고 부담스럽다. 솔직히 말하면 무섭기도 하다. 조회수가 올라갈수록 나도 모르게 누군가는 날 어떻게 생각할지, 내가 혹시 잘못한 것은 없는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솔직해지지 못하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 쓰려다가도, 너무 내 입장만 쓰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내 일기인데 나조차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나는 브런치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꽤 자주 읽는 편인데,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 글이 자꾸 비교가 되면서 작아진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자신이 없으니, 우선 매일 많이 써 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게 맞는 방법인가도 생각하게 된다. 매일 쓰지 못하더라도 차라리 조금 더 고민해서 조금 더 완성된 글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별 것도 아닌데 자꾸만 이런저런 생각이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별 볼일 없는 글이지만 여기에 계속 쓰고 싶다. 사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써 보겠다는 다짐을 위해 그동안을 돌아봤다. 오래 고민한다고 조금 더 나은 글을 써낼 자신도 없고, 우선 내 일상을 매일 기록해보는 것이 내 첫 목표였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렇게 매일을 기록할 테다. 다만 주눅 들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일기에서만큼이라도 조금 더 솔직해지는 것이 또 하나 덧붙이는 목표다. 이런 글을 여기에 이렇게 써도 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고, 내 일기에 나는 아직도 자신이 없지만, 아직 두 달이다. 두 달만에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과한 고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고민 대신 오늘 하루도 더 반짝반짝 살고, 더 구구절절 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하고 싶은 일 적어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