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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기 Apr 13. 2022

하고 싶은 일 적어보기

기록하는 2022년│Episode 68│2022.04.11

3월 마감이 끝났다. 마감이 끝나면 두 가지 기분을 동시에 느낀다. 체력적으로는 방전되고, 정신적으로는 충전된다. 마감을 핑계로 미뤄뒀던 일들이 떠오른다. 이 시기를 잘 보내야 한다. 하고 싶었던 일과 해야 하는데 미뤄놓았던 일들을 적절히 균혀있게 소화해야 한다. 하고 싶었던 일만 하다 보면 돌아오는 4월 마감 때 미뤄놓은 일과 마감이 한데 섞여 내 발목을 잡을 테다. 그렇다고 해야 하는데 미뤄놓은 일들만 하다 보면 내가 왜 일을 하는 건가 싶어 현타가 온다. 약 육 년 가까이, 70번이 넘는 마감을 하면서 마감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합의한 것들이다.


일단 오늘은 해야 하는데 미뤄뒀던 일들부터 했다. 월요일이니까. 일주일 중에 적어도 월요일에는 해야 한다. 미뤄놓은 일들을 즐겁게 해내기 위해서 하고 싶은 일들을 우선 적어본다. 당장 지금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는 오늘 조금씩 해서 십 년 안에 하고 싶은 것들이다. 결혼할 때 스물몇 살에 써 놓은 버킷리스트를 발견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나와 크게 상관없는 일들, 내가 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일들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적어 뒀었는데, 몇 년 만에 보니 제법 이룬 것들이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중 몇 개는 이루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했다는 것이다.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의식 중에 하려고 노력했었던 걸까. 써놓고 나면 뭐라도 하나는 하겠지 싶어 써놓으려고 한다. 


#1. 지금 이 회사에서 퇴사 전에 하고 싶은 일

육아휴직 사용 , 자기 계발 휴직 사용(근속 10년 이상 사용 가능), 해외연수(회사 내 심사에서 선발되어야 함).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라면 고속 승진이나 최연소 여자 국장 등 조금 더 거창해야 할 것 같은데 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냥 회사 내에서 내가 맡은 일 문제없이 잘하고,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면서 내 삶을 조금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 이런 생각은 특히나 올해 초 퇴사를 번복하면서 더욱 확실해졌다. 뭐 이 역시 언젠가는 변할 생각일지 모르나 어쨌든 현재는 회사 생활을 내 방식대로 충실히 하고 싶다.


#2. 대학원 진학

거창하게 말하면 공부를 하고 싶고, 솔직하게 말하면 학교에 다니고 싶다. 요즘에는 사실 학교가 아니더라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히 많겠지만, 학생이 되고 싶다. 조금 더 솔직해보자면 학부생으로 입학하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던 학교를 다녀보고 싶다. 마침 내가 가고 싶은 과의 커리큘럼과 교수님들도 꽤 훌륭하다. 그냥 가보고 싶다는 이유로 한 학기에 천만 원 가까운 돈을 써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어 아직까지 도전해보지 못했다.


#3. 그 외 여러 가지

동화책 만들기(스토리는 몇 개 정리해두었는데 아무래도 그림으로 표현이 안된다. 오 년 뒤를 기약하며 다음 주부터 미술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엽서샵 차리기(이름도 벌써 지었다. 장소도 정했다. 간판 제작을 맡기고 싶은 업체도 정했다. 운영방식도 정했다. 다만 추진력과 돈이 없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한옥에 살면서 방 한 칸 공유 공간으로 쓰기, 세대 분리된 마당 넓은 이층 집에서 삼대가 모여 살기, 대가족 만들기, 캐릭터 만들어서 이모티콘과 내가 쓰고 싶은 용품 만들기, 계절 운동 배우기, 다녀보고 싶은 회사로 이직하기

별 일 일수도, 별 것 아닌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아마 내가 재능이 있었더라면, 그리고 조금 더 부지런했다면 이미 이뤘을 것들이다. 아직 못 이뤘다는 것은 내가 능력이 부족하거나 간절하지 않기 때문일 테다. 아니면 그냥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위안이 되어 더 나아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아직까지 하고 싶은 것이 많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런저런 핑계 대신하기만 하면 된다. 일단 오늘은 미뤘던 하기 싫은 해야 할 일들을 한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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